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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드라마 <야왕>은 왜 실패했을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이쯤 되면 ‘실패’라고 규정해도 아무런 반론이 없을 것 같다. 복수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하류(권상우 분)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했고, 복수의 대상인 주다해(수애 분)는 작가로부터 전지전능한 능력을 하사받음으로써 끝내 영부인의 자리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통쾌함은 답답함에 자리를 내줬고, 복수의 주체와 대상이 주고받아야 할 긴장감은 억지 설정과 막장 전개에 밀려났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결국에는 총 한방으로 모든 걸 마무리 짓는 결말이 성큼 다가온 이 시점, 복수 드라마로서 <야왕>에게 ‘불합격’을 안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다해에게 배신당하고, 그녀 때문에 딸을 잃고, 심지어 그녀 대신 감옥에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류가 이뤄낼 ‘핏빛 복수’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출소 후 하류가 보인 행동들은 그에게 ‘민폐 하류’, ‘호구 하류’와 같은 비아냥 가득한 별명만 만들어냈다.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 이야기로 기억될 것만 같았던 <야왕>은 왜 실패한 것일까. ‘복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야왕>이 복수 드라마로서 실패한 진짜 이유

 

모든 복수가 그렇듯, 복수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가까운 기억을 끄집어내 보면, <추적자>속 백홍석(손현주 분)은 딸을 잃었고, 그 딸의 죽음에 강동윤이 개입돼 있음을 알고 복수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에겐 유력 대권 후보인 강동윤(김상중 분)에 맞설 힘이 없었다. 공권력과 법 역시 강동윤의 편이었다. 범죄자에 대한 사회제도의 ‘형벌’이 균형을 잃는 순간, ‘사적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이 드라마에서 백홍석의 복수는 끝내 ‘투표’를 통해 ‘완성’되었다. 투표 당일 강동윤의 죄가 낱낱이 밝혀짐으로써 강동윤은 대통령에 낙선되었고, 국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통해 강동윤을 심판했다. 법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강동윤은 끝내 국민들의 손에 의해 무너졌다. 백홍석의 복수에서 시청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지점이다. 비록 법과 정의는 실종되었지만, 그럼에도 공공성에 기대 ‘복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26일 방영된 <야왕> 22회에서 하류가 특검보에 임명되는 과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부인에 오른 주다해를 압박하기 위해 하류는 그녀의 과거를 소재로 ‘천사’라는 웹툰을 만들었고, 웹툰이 인기에 힘입어 영부인의 과거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여론으로 형성됐다. 주다해가 법무부 장관을 불러 증거를 삭제하고, 검찰이 청와대의 압력에 못 이겨 거짓 수사발표를 하는 장면은 곧 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를 의미하며, 여론이 들끓어 특검이 발의되는 과정은 공공성에 힘입어 복수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불길에서 어린아이를 구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만큼이나, 인기 웹툰하나에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영부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은 억지에 불과했다. 1회에 나온 장면처럼 하류와 주다해가 청와대에서 만나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그저 이야기가 짜 맞춰 놓은 듯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백학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더불어 스스로도 변호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류가 백홍석과 같은 방식의 복수를 이어가는 건 너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백홍석은 가진 게 없었다지만, 하류는 마음만 먹으면 백도경(김성령 분)의 도움을 받아 경찰청장까지 부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하류가 차라리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이 그랬던 것처럼 괴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복수는 늘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주다해라는 괴물에 맞서기 위해 하류의 캐릭터가 조금 더 독해졌으면, 아마도 지금 그에게 붙은 ‘민폐 하류’라는 별명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통쾌함도 없고 잔인함도 없으며, 심지어 <올드보이>처럼 복수를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하는 치밀함도 없는 <야왕>. 주다해의 뭐든지 다하는 활약으로 인해 하류는 왜 그토록 주다해에게 복수하려고 이를 가는지조차 희미해지는 막바지다. 시종일관 하류는 “복수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복수는 그런 거다.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복수는 통쾌한 법이다.

 

이제 단 2만을 앞둔 <야왕>. 과연 <야왕>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남은 것은 ‘한발의 총성’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지금, 그동안 질질 끌어온 하류의 복수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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