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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당 차윤희, 입양이라는 뻔한 설정 속에 숨겨진 진짜 의미!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는 법이고, 비 바람을 견뎌낸 나무가 오래 사는 법이다. '시월드 2차 전쟁'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불거진 커다란 갈등 끝에는 '고부협정'이라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2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 54회에서는 엄청애(윤여정)와 차윤희(김남주)의 화해과정이 전파를 탔다. 지난 53회에서 방귀남(유준상)의 미국 부모님이 등장함으로써 불거진 차윤희-엄청애의 고부갈등은 이날 이들의 남편들이 자신의 부인을 옹호하면서 신경전을 벌이자 결국 가족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윤희가 제안한  '고부 협정서'였다. 이들은 아무리 며느리를 딸처럼 예뻐한다거나, 시부모를 진짜 부모처럼 생각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인위적인 노력을 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고부 협정서'를 이루는 주된 내용이었다.

 

 

 

 

차윤희와 엄청애는 하루에 한번씩 서로에 대한 칭잔을 하고, 한달에 한번 영화를 같이 보며, 속상한 게 있으면 제3자가 아닌 당사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오해를 줄이고 풀어나가기로 했다. 아이디어는 윤희가 냈지만 청애가 의견을 보탬으로써 '고부협정서'는 완결성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들은 하루 만에 새끼 손가락을 걸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또한 이들은 서로에게 지킨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다른 가족들에게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칭찬하는 모습을 연출, 훈훈한 감동과 웃음을 이끌어 냈다.

 

 

 

 

사실 지난 방송까지만 하더라도 말도 안되는 억지 상황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싸우고,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해서 드라마의 연장방송이 부른 무리수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결국 '넝쿨당' 제작진은 '고부협정서'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갈등도 봉합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도 추구했으며,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건강한 시댁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줬다.

 

그러고보면, 지금껏 '넝쿨당'이 추구해온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그것은 바로 가족의 의미였다. 가족이라면 서로에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며느리에게 속상한 점을 이야기하는 엄청애, 그리고 그런 시어머니에게 꼬박꼬박 할말을 다하는 차윤희를 예의가 없다고 묘사한 점, 오빠가 실종된 날 태어남으로써 원죄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이숙이, 사돈 총각과 연애를 하면서 겹사돈의 장애물에 놓인 말숙이까지... 

 

 

 

넝쿨당의 주요 에피소드는 결국에 가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질문을 던지기까지의 과정은 각종 패러디와 풍자를 동원하여 재미있고 유쾌했으며, 또 현실을 바탕으로 한 깨알같은 소재덕에 시청자의 공감을 배가 됐다. 심지어 우리나라 시댁문화를 비판함에 있어서도 현실과 판타지를 균형감있게 그려냄으로써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고, 그 결과는 시청률 40%라는 '국민드라마' 칭호를 얻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결국 방귀남이라는 존재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렸을적 부모를 잃고 입양되어 30년만에 다시 친부모를 만난 방귀남을 통해 우리나라 시댁문화가 한발만 더 떨어져서 생각하면 얼마나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많은지, 그리고 그런 비합리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안에 들어가면 왜 똑같아질 수 밖에 없는지를 드라마는 잘 보여줬다.

 

따지고 보면, 방귀남이 '국민남편' 이라는 별명을 얻은 데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올바른 대답을 한 거였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한 것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현실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올바른 대답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젊은이들의 결혼문화는 달라지고 있으며, 이들이 생각하는 시댁문화도 실은 현실의 그것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많이있다. 그럼에도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어떤 유무형의 문화를 강요할때 어디서 충돌이 일어나고 갈등이 일어나는지 '넝쿨당'을 통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물론 3대가 함께 사는 방귀남 가족과 달리 현실의 가족은 그 모양과 의미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입양'이라는 코드로 풀어내고 있을뿐, 미혼모 문제나 혹은 이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엄마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쉽게 허물어지고 만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이 이룬 가정이나 다문화 가족 역시 지금껏 우리나라에 존재해온 가족이라는 의미와 가치로는 재단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이런 특별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가정의 모습 중 현재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가 어쩌면 입양이기 때문에, '넝쿨당'은 지금처럼 승승장구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따졌을 때, 이제 우리는 입양된 아들이 친부모를 찾는 고전적인 스토리를 벗어나 그 부모가 이제는 입양된 손자를 받아 들이는 과정에서 겪게 될 심리적 변화와 또다른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차윤희의 유산이 필연적인 과정이었으며, 바로 귀남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지환이를 입양하게 될 것이란 스토리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방영된 '넝쿨당' 54회 말미에는 귀남이와 함께 백화점을 찾은 윤희가 아동복 코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귀남의 미국 부모님과 함께 수지를 만난 식사자리에서 유산 후 처음 지환을 만난 윤희는 즐겁게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감기에 걸린 지환을 신경쓰기 시작했다. 말수가 없었던 지환은 귀남이와의 만남을 통해 이제는 말도 잘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그런 지환이의 변화가 윤희는 신기하기만 했다. 또한 감기에 걸린 지환을 위해 차윤희는 지환이의 목에 스카프를 감아주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라"며 걱정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차윤희의 따뜻한 배려에 지환이가 행복감을 느끼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식사자리가 끝나고, 방귀남과 둘이 자신의 운동화를 사러 백화점에 간 차윤희는 갑자기 한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방귀남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차윤희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은 바로 아동복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남자 어린이용 아동복이었다. 처음에는 복잡한 심경에서 점차 희미한 웃음으로 변해가는 김남주의 표정연기는 단연 압권이었으며, 그녀의 심경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해준 복선과도 같았다.

 

 

 

그동안 말없이 풀이 죽어 있던 지환이를 만나온 차윤희의 감정은 사실 지환을 향한 동정과 안쓰러움이 다수였다. 자신의 남편 역시 어릴적 부모를 잃었던 경험이 있어 훨씬 감정이입이 잘 됐을 뿐, 윤희는 한번도 지환을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귀남이 입양을 생각해보자 할때만 하더라도 윤희는 펄쩍 뛰었다.

 

이날 누구보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드는 지환이를 보는 순간 윤희의 감정은 어느덧 동정과 안타까움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보다도 훨씬 상위에 높인 감정, 바로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감정과도 같았다.

 

이미 많은 시청자가 예견했듯, 차윤희의 유산은 입양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었다. 게다가 귀남이와 귀남의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용서해야할 대상인 장양실(나영희)이 숱한 유산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귀남이를 버렸듯이, 차윤희의 입양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인 사고 방식을 고수해 온 귀남이의 친부모와 할머니가 지환이를 손자로 받아들이기까지 어느정도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엄청애는 차윤희에게 입양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바로 거절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가족간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변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져온 '넝쿨당'이기에, 이 드라마의 결말은 결국 차윤희의 입양이라는 마지막 퍼즐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드마라를 넘어 현실에서는 그것이 비단 입양의 형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것이다.  

 

 

 


한때 차윤희의 유산을 두고 시청자 사이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제작진의 무리수라는 비난과 드라마에서 생명을 너무 도구와 수단으로 치부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어쩌면 너무도 예측가능한, 뻔한 설정의 시나리오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넝쿨당 제작진이 이런 비판을 각오하면서까지 차윤희의 유산을 선택했으며, 이제는 지환이의 입양이 현실화되어 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제 그 입양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것 아닐까? 

 

확실한 것은 '넝쿨당'이라는 드라마는 보기엔 재밌을지언정 전하고자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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