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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12회, 김태희는 언제 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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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12회, 김태희는 언제 강해질까?

의존적 캐릭턱로 전락한 김태희, 그녀가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뒷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초스피드로 전개된 주원-김태희의 멜로라인에 시청자는 어리둥절했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PPL에서는 황당함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난 김태희의 ‘사이다’같은 짜릿한 복수가 시작되는 가 했더니, 여전히 용팔이(주원 분)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의존적인 캐릭터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제 아무리 주원이 혼자서 날고뛰며 시청률을 끌어 올린다 하더라도, 김태희가 연기하는 한여진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용팔이>는 반쪽짜리 드라마가 되고 말 것이다. 이 드라마는 주원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슈퍼히어로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속 시원한 복수를 감행해기 위해서는 한여진 캐릭터가 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12회 방송에서 한여진(김태희 분) 스스로 자신의 긴 머리를 자르고, 본인의 장례식장에 모습을 비출 때 까지만 하더라도, 시청자는 그녀가 어떤 통쾌함을 선사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껏 여진을 감금해 온 이복오빠 한도준(조현재 분)의 뒤통수를 때리고, 반전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장례식장에 나타난 여진이 한 일이라고는 겨우 김태현(주원 분)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혼인신고를 마친 태현이 나타나기만 하면 그녀의 법적 보호자가 도준이 아닌 태현으로 바뀌기 때문에 다시 병원에 감금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진과의 혼인신고를 어떻게든 마치기 위한 태현의 ‘생고생’이 이날 드라마 전부를 지배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태현만 애타게 기다리는 여진에게선 아무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혹시 또 그녀가 태현을 어떤 위험에 빠뜨릴까 걱정이 앞선다. 전형적인 의존적 캐릭터, 그리고 민폐 캐릭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건 연기력의 문제는 아니다. 극본의 허술함, 그리고 연출의 엉성함이 불러온 결과다. 만약 여진이 손에 쥔 ‘히든카드’가 법적 보호자를 바꿔 도준에게 한방 날리는 거라면, 연출을 통해 이를 꽁꽁 감추는 것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친절하게도(?) 여진과 태현의 혼인신고 계획을 시청자에게 미리 알려줬고, 거기서 이미 반전의 묘미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남긴 비밀 영상을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여진은 독한 표정을 짓고, 날선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녀가 세운 계획과 행동은 모두 태현으로 귀결된다. 재벌 상속녀 쯤 되면, 혼자서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태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그리고 병원에서 도망쳐 나왔을 때도, 심지어 핏빛 복수를 꿈꾸며 머리를 싹뚝 자르고 스스로 오빠를 찾아간 상황에서도 그녀는 계속해서 태현만 찾는다. 대체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는 언제쯤 강해질 수 있을까?

 

 

 

 

‘용팔이’ 주원은 슈퍼맨이 아니다. 수술도 하고 멜로도 책임지고, 심지어 액션까지 떠맡기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김태희가 주원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진이라는 캐릭터에 제작진이 조금 더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태현에게만 모든 것을 의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태현이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을 주고, 난관에 봉착했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그런 비중 있는 역할로 여진을 키워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여진을 태현에게만 의존하는 캐릭터로 그려낸다면, 드라마는 점점 더 산으로 가고 만다.

 

거듭 강조하지만, 20부작 가운데 중반을 넘어선 지금, <용팔이>가 살기 위해선 김태희가 살아야 한다. 그러고 김태희가 살기 위해선 여진이라는 캐릭터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제작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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