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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22회: 공공의 적 이성재, 드라마 살린 악역의 품격!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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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가의 서>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걱정스러웠던 점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유일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조관웅(이성재 분)의 캐릭터가 힘을 잃거나 혹은 스토리의 변방으로 밀려나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강치와 구월령, 무형도관 사군자와 이순신까지,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조연 모두와 척을 지며 '나홀로 악역'을 선보이고 있는 조관웅이 무너지면 자연스레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만큼 어떻게든 조관웅이 극의 막바지까지 비열하고 악독한 모습을 유지해주기 바랐다.

 

결과적으로 조관웅은 종영까지 2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욕 나오게 만드는 ‘절대악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제작진과 작가가 만든 캐릭터의 힘이 반이고, 이를 연기하는 이성재의 몫이 반이다. <구가의 서>가 시작되기 전, 처음으로 출연하는 사극에 오랜만에 악역을 맡아 심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는 이성재는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듯 조관웅에 완벽빙의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구월령과 서화, 강치와 여울, 그리고 담평준과 이순신까지. 이들 모두와 갈등관계를 엮어내고 있는 조관웅은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공공의 적’이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그지만, 조관웅은 위기 때마다 번번이 살아남으며 끝까지 주인공들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파멸로 몰아넣은 서화가 일본 상단의 단주가 되어 돌아오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상단이 서화를 배신하게 만들고, 구월령이 천년악귀가 되어 돌아오자 비겁하게 구월령에게 존댓말을 써 회유하려는 모습 등이 그렇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조관웅의 전매특허와 같은 비열한 눈웃음, 그리고 분노의 표정 등은 진정한 악역의 품격이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이성재가 맡아온 유약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를 떠올려 본다면, 사실 이런 그의 연기 변신은 모험과도 가까운 도전이었다. 그 스스로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밝힌 것처럼, 조관웅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연기하지 쉽지 않은 캐릭터다. 왜냐하면 최근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악역은 나름의 사연을 가진 설득력있는 악역이 대부분인데, 조관웅이라는 캐릭터는 등장부터 끝까지 이유 불문 악행을 이어가는 극악무도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감정 소모가 많은 역할임에도 욕은 욕대로 다 먹어야 하는, 속된말도 남는 것 하나 없는 그런 캐릭터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성재가 연기하는 조관웅을 보며 상대적으로 강치와 구월령 등 선한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고, 욕이 아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이성재는 ‘악역 카리스마’, ‘연기의 신’과 같은 기분 좋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사실, 이성재는 악역을 많이 맡지 않아서 그렇지, 한 번 맡은 악역에 있어서는 잊혀지지 않을 만큼의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화 <공공의 적>과 <홀리데이>다. 2002년 그는 <공공의 적>에서 돈을 위해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펀드매니저 규환 역을 연기 한데 이어 2005년 <홀리데이>에서는 동료 죄수와 탈출해 서울 전역을 돌며 인질극을 벌이던 강력범 지강헌을 소화한 바 있다. 조관웅 만큼은 아니지만 두 캐릭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악역이었고, 이성재는 두 캐릭터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2000년대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제작진은 이 때 당시의 이성재를 기억하고 조관웅 역에 이성재를 캐스팅하지 않았나 싶다.)

 

18일 방영된 22회만 하더라도 그렇다. 강치와 여울의 비극적인 운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이들의 로맨스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에서도 조관웅은 잠깐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로 태서와 이순신의 계략에 빠져 제 손으로 자신과 함께 한 반역도당을 죽이게 된 것을 알자, 곧바로 이순신 암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속았다는 사실에 분을 못 이기며 대사를 내뱉는 이성재의 연기는 단연코 최고라 말 할만 했다. 게다가 조관웅의 폭주 덕분에 <구가의 서>는 이제 강치와 여울의 멜로에 더해 이순신과 조관웅의 본격적인 대결까지, 결말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한층 더 풍부해졌다.

 

 

물론, 악역 카리스마로 칭찬을 받고 있는 이성재에게도 남다른 고충은 있다. 바로 배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일상생활에서도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이성재는 <나혼자 산다>를 통해 “캐릭터에 몰입하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편이라 평소에도 짜증이 많이 나고 힘들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조관웅이 정말 극악무도한 악역이라 촬영할 때 정말 힘들다.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녹초가 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조관웅의 모습이 쭉 이어진다“라고 밝히며 고민을 토로했다. 조관웅의 모습으로 살다 보니 매니저를 대할 때 극 중 하인처럼 대하게 된다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그가 이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고, 배역과 일상생활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사극임에도 안정된 대사처리와 캐릭터 소화력으로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는 이성재. 이 드라마가 끝나면 당분간 사극 속 악역 배역이 그에게 물밀 듯이 들어오지 않을까? 악역의 품격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있는 그가 남은 2회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조관웅의 파멸은 불가피한 것일 테지만,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 또한 분명 흥미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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