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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오디션 논란 무색하게 한 말년병장의 활약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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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디션’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어감 때문에 그럴 것이다. 지난 주 불거진 MBC <진짜 사나이> 조작 논란은 일반 병사를 섭외하는데 있어 불가피한 제작진의 개입을 마치 시청자에 대한 기만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일반 병사와 멤버들을 묶어 하나의 분대(혹은 특별 내무반)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차출’이나 ‘지원’과 같은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결과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거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병사가 방송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오디션’으로 매도할 거라면, 지금 당장 병무청으로 뛰어가 자원입대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직접 군대에서 훈련을 뛰며 병사들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리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국방부나 육군본부 등의 입맛에 맞춘 메시지와 긍정적 이미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일반 병사들과 멤버들의 교감을 통해 얼마나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일 방영된 <진짜 사나이> 백골부대 편 속 정병문 말년병장의 활약은 아주 주요해보였다. 왜냐하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자는 마인드로 훈련에 소극적 태도로 임할 뿐 아니라 자기 몸 챙기기에만 연연하는 모습 등이 누가 봐도 딱 ‘말년병장’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자칫 그가 방송이라고 해서 과도한 의욕을 보였더라면, 오히려 시청자에게는 그게 더 ‘조작’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병문 병장은 <푸른거탑>속 말년병장 캐릭터 최종훈 병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모습이었다. 머리엔 온통 전역일에 대한 생각 뿐이었고, 군인으로서의 군기나 늠름한 모습 대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편하고 재미있고 안전하게 보내고 싶은 이미지가 더 강해보였다.

 

흔히 말하길, 말년 병장은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니라는 의미로 ‘반군반민(반은 군인 반은 민간인)’이라 칭하는데, 이날 방송에서 정병문 병장이 딱 그러했다. 예비역이라면 한번쯤 전역을 앞두고 자신이 보였던 행동을 정 병정을 통해 다시 회상할 수 있었고, 일반 시청자 역시 코미디 속 말년 병장이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말년 병장을 마주함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왜 진작 말년 병장 병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정병문 병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보통 <진짜 사나이> 멤버들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선임들은 내무실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하여 군기를 강조하고 카리스마를 뽐내기 마련인데, 정병문 병장은 모자가 달린 흰색 점퍼를 입고 등장, 본인이 ‘5대 얼짱’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코믹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이날 실시된 부대 전술훈련에서 멤버들과 병사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전사하여 휴식(?)을 취하는 등 엉뚱한 면모를 보였다. 이는 어떻게 해서든 훈련과 작업에서 열외하려는 전형적인 말년 병장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또 아침 점호에서 백골부대원들의 기개를 보여주기 위해 모든 소대원들이 냉수마찰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병문 병장은 열외를 택했다.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봐 몸을 사린 것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존재. 말년 병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는 또 반성 점호 시간에 “달샤벳을 보고 백골부대 정신에 어긋나는 상상을 했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등 지금껏 <진짜 사나이>를 통해 비춰진 일반 병사와는 다른 매력을 뽐냈다. 사실 그의 발언과 행동은 모두 군인으로서의 선을 넘은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전역을 불과 몇 주 앞둔 말년 병장임을 생각해본다면 모두 이해 가능한 수준의 것들이었다. 오히려 그의 ‘말년스러움’ 덕에 <진짜 사나이>는 오랜만에 시청자와의 교감에 성공했으며,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었던 조작 논란도 말끔히 이겨낼 수 있었다.

 

 

 

이등병의 어리숙한 모습과 작업과 훈련에 최적화된 일병, 상병의 늠름한 이미지. 그리고 카리스마로 무장한 분대장까지. 지금껏 <진짜 사나이>는 일반 병사들과 멤버들이 함께 훈련에 참여하고 교감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부대의 안녕보다 일신의 안위가 먼저인 말년 병장 캐릭터가 더해지자 훨씬 더 리얼리티도 살아나고 매력지수도 높아졌다. 그건 아마도 정병문 병장 같은 말년 병장이 어떤 부대에나 한둘씩 꼭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만약 <진짜 사나이>가 앞으로도 이렇게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군대 문화의 ‘디테일’을 살려나간다면, 그 어떤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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