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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결과 알아도 빠져드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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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결과 알아도 빠져드는 이유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사실 이렇다 할 반전이 없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듯, 시청자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특히, 실존 인물이 등장할 경우, 그 캐릭터가 언제 어떻게 죽는지 까지 헤아릴 수 있다.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또한 마찬가지다.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소재로 한 소설, 드라마, 영화는 수없이 많다. 이성계와 이방원, 그리고 정도전 등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흐름은 달라질지언정, 이들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건, <육룡이 나르샤>가 팩션(팩트+픽션) 사극이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의 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가령, 지난 8일 방영된 ‘위화도 회군’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성계 일행이 요동 정벌에 나섰다가 위화도에서 고립되고, 압록강을 건너는 대신 군사를 돌려 개경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왕명을 어기고 회군을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도하를 시도를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이성계(천호진 분)의 갈등은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시간만 끄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이성계를 연기하는 천호진의 열연은 자연스레 그의 고뇌와 갈등에 시청자 또한 몰입하게 만든다. 답이 정해져 있어도 상관없다. 마치 연기대결이라도 벌이듯, 자연스레 캐릭터에 녹아들어 펼치는 배우들의 호연 덕에 시청자는 연기 감상을 하게 되고, 스포일러 가득한 역사 이야기도 어느덧 새롭게 다가온다.

 

얼마 전 이 드라마에서 하차한 박혁권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연기한 길태미라는 캐릭터는 고려 말 악명 높은 도당3인방 중 한 사람으로, 이 드라마에서는 정도전 일행과 대립하는 ‘악의 축’이다. 길태미의 죽음과 박혁권의 하차는 정해준 수순과도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시청자는 길태미란 악역에 빠져들었고, 박혁권의 하차를 매우 아쉬워했다. 그만큼, 박혁권이 연기를 통해 길태미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그러하다.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둔 실존인물이든,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가상의 캐릭터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촘촘한 연출이 더해지면서, 대부분의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단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에 빠져들고 또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다 보니, 비록 역사가 스포(일러)라 할지라도,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제 위화도 회군이 결정되었으니, 드라마는 조선 건국을 향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다. 이성계 및 정도전 일행과 최영 장군의 한판 승부 또한 피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진영이 승리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조선의 첫 번째 왕에 오를 것인지는 다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역사가 스포(일러)다. 하지만, 그 과정을 그려 낼 배우들의 알찬 연기, 그리고 섬세한 연출은 충분히 시청자를 사로잡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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