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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정려원, 그녀의 3류 정신을 응원하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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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가 세상을 바꾸고, 1류는 그 세상을 누린다”


첫회 방송에서 앤서니 킴(김명민)이 외친 이 말이야 말로 <드라마의 제왕>을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득바득 세상을 바꾸려 애쓰는 것은 3류나 하는 짓이고, 진정한 1류라면 그들이 바꾼 세상을 지배하고 누려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드라마에는 ‘세상을 누리는’ 다양한 1류가 등장합니다.


우선, 지금은 제국프로덕션에서 쫓겨났지만 한때 드라마 성공률 93.1%를 자랑하며 흥행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간 앤써니 킴이 있습니다. 수준 낮은 드라마는 참아도 돈 안되는 드라마는 참을 수 없는 그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아버지라도 버린다’는 철칙으로 제왕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입니다. 비록 지금은 월세도 제때 못내는 단칸방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그가 ‘드라마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차지하게 되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앤써니 킴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오진완(정만식)1류가 되기 위해 앤써니 킴을 배신하고 현재 제국프로덕션 대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작가와 배우를 마음대로 고르며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재의 ‘제왕’인데요. 촬영현장에서 고생하는 스텝과 배우 그리고 작가와 감독이 이뤄낸 성과를 혼자서 독차지 하는, 그야말로 세상을 누리는 1류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이 두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원고료를 받아 드라마를 쓰는 인기 작가, 회당 1억원의 출연료를 받는 인기 배우도 원없이 세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이야 말로 3류가 만들어낸 세상을 지배하고 즐기는 1류입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드라마 제작을 위해 100억이라는 거액을 선뜻 투자할 수 있는 와타나베(전무송) 역시 숨은 1류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1류들의 욕망이 서로 상충할때 발생합니다. 세상을 즐길 수 있는 1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1류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고, 짓밟힌 3류의 희생을 바탕으로 1류는 세상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앤써니 킴을 배신하고 제국프로덕션 대표자리에 오른 오진완과 그에게 배신당해 나락으로 떨어진 앤써니 킴의 갈등은 바로 1류를 향한 욕망이 서로 부딪혀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일단 1류에서 밀려나게 되면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려운데요. 앤써니 킴은 제국 대표에서 물러난 뒤 , 작가와 배우 심지어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냉대와 외면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드라마의 제국>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가 되고 마는 잔혹한 정글코리아. 설령 경쟁에서 이겼다치더라도 또 다른 가혹한 싸움터에 내몰려야 하는 현실.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우리의 경쟁은 무한반복됩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고 배신하고 의리와 약속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려도 결과만 좋으면 모든게 용서되는 그런 세상입니다. 지난 1,2회서 앤써니 킴의 악행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던 이유 역시 그가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의 제왕>에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 있습니다. 돈 보다는 사람과의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이미지보다는 출연 배우의 이미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초짜 작가 이고은(정려원)이 바로 그 중인공입니다. 김명민의 앤써니 킴 캐릭터가 주목받았던 지난 1,2회 에서는 그냥 무난한 캐릭터라고만 이해했던 이고은은 12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 3회에서 본격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냉혹한 현실 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는데요. 이날 진행된 스토리에 있어 수차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고은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드라마 전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이고은은 자신의 쓴 ‘경성의 아침’ 때문에 투자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제국프로덕션 오진완 대표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는데요. 오 대표가 내건 조건은 계약금 1억에 회당 원고료 1천만으로 신인작가 최고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원고를 집필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제공되는 등 앤써니 킴이 대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작가로서 유명 프로덕션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인데요. 이고은은 앤써니 킴과 먼저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오 대표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이고은에게 있어 돈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과의 신의 그리고 약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돈과 명예,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약속따위 언제든 어길 수 있는 앤서니 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이지만, 머지않아 앤서니 킴 역시 이고은을 통해 ‘인간애’가 무엇인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된다면 앤써니 킴이 생각하는 ‘1류’의 이미지 또한 바뀌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날 방송을 보고 이고은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이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처음 등장한 인기배우 강현민(최시원)을 캐스팅하기 위해 앤써니 킴과 오진완이 서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이고은에게 강현민을 붙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는데요. 무식하고 책임감 없는 강현민에게 이고은이 건낸 한마디는 이날 월드프로덕션이 강현민을 캐스팅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뿐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이고은은 자신을 뿌리치고 도망치려는 강현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지막 한마디만 할게요. 결정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거 알아요. 하지만 몇년간 내 인생 걸고 쓴 드라마, 앞으로 강현민 당신을 위해 쓸 거예요. 당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배우인지 증명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결국 강현민은 마음을 돌려 ‘경성의 아침’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고, 앤써니 킴은 강현민을 캐스팅함으로써 드라마 편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앤써니 킴과 이고은 그리고 강현민이 어떻게 하나되어 제국프로덕션에 맞설지 매우 흥미로워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고은은 3류가 분명합니다. 말안듣고 무식하고 제멋대로인 강현민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마음 먹은 그녀는 아득바득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현실 속 3류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3류정신이 어리석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을 적시는 위로가 되는 느낌입니다.


세상을 즐기는 1류도 좋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고은 같은 3류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수만 즐기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면 1, 3류의 구분이 의미 있을까요?


드라마는 여전히 1류가 되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욕망이 맞부딪히며 잔혹한 현실을 그려내겠지만, 그 중심에 이고은이라는 따뜻한 캐릭터가 있어 걱정 없습니다. 그녀의 진심이 앤써니 킴을 변화시키고, 결국엔 소수만이 즐기는 세상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테니까 말입니다. 이게 바로 이제는 배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정려원, 그리고 그녀가 연기하는 이고은을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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