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판사와 여고생의 애틋한 편지 사연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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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3권 분립 국가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3권 분립이란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이것을 분담시켜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인데요.

 


입법부는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법을 적용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완성됩니다.

 


국회에서 잘못된 법을 만들어도, 정부에서 잘못된 법을 집행하여도, 이를 적용하는 사법부의 윤리의식과 청렴성만 담보된다면 사실상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을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법부는 법치주의 국가의 최후의 보루라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권력과 자본을 향한 지나친 해바라기식 법 적용으로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지 오래인데요. 오늘 노컷뉴스에서 보도한 아주 감동적인 사연을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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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이렇습니다. 한 피고인의 딸과 이를 담당하는 판사 사이의 애틋한 편지 내용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사연의 주인공은 울산지법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와 한 여고 2학년생입니다.

 


성금석 부장 판사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재판과 관련해 최근 한 여고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고생 편지의 내용은 사기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자신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고생의 어머니는 범죄를 저질러 2년 동안 도망다니다 검거됐으며 사기 등 모두 11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여고생은 사건 담당인 성 부장 판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동생과 함께 어렵게 지내는 자신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어머니를 돌려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성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답장을 써서 판사와 인간 사이에서 본인이 겪는 고충을 전해주었는데요. 그는 답장을 통해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피해자가 너무 많고 피해자들의 용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줄 수 있다"며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며 좌절하지 말고 역경을 견뎌낼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성 판사가 여고생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입니다.

 


000 양에게

 


이 편지를 쓰는 아저씨는 울산지방법원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란다.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보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에 대한 재판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피해자들의 용서(피해 변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 줄 수 있단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 작성이나 봉사활동으로 사죄에 갈음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구나.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렴.

 


2011. 6. 30. 울산지법 402호 판사실에서 성금석 보냄


 

 



법은 냉정하게 집행하되, 인간의 마음으로 국민(여고생)을 이해하고 또 달래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법률인들이 많아져서 다시금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치주의 국가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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