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선택하는 남녀의 다른 기준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연애를 할 때, 종종 여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다투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갈 때, 가까운 곳을 놔두고 꼭 멀리 있는 브랜드점을 찾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는 “그냥 가까운 곳에서 대충 마시자”는 경솔(?)을 했다가 그만 크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가까운 곳에서 마시자는 거지~”
“이왕 마실거 맛있는 커피 먹으면 좋잖아~”
“난 다 똑같던데...”
“머라고? 그럼 너나 그냥 대충마셔!”
대화는 항상 이런식으로 끝이 나곤 했으며, 여자친구는 "너나 대충마셔"란 말을 남기고 뒤돌아 혼자 가곤 했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솔직히 아메리카노가 되었든, 라떼가 되었든 저는 어느 브랜드 매장에서 마시던 다 비슷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장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썼던 것이 사실인데요. 여자친구의 경우에는 ‘맛’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경험은 시간이 꽤 흐른 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도 종종 겪고 있는데요. 바로 회사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러 갈 때입니다.
회사 여자동료 가운데 특히나 ‘별다방 커피’만 고집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제가 예전 여자친구한테 그랬던 것처럼 ‘아무데나 가서 마시자’는 말을 하면, “커피맛도 모른다”며 핀잔을 주고 자기들끼지 ‘별다방’으로 향하곤 합니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조금 더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구입해 마시는데, 역시나 별다른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예 동료들이 ‘별다방’으로 향할 경우, 커피를 마시지 않는 쪽으로 ‘무게추’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입맛에 따라 미묘한 커피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듭니다. 이왕 돈을 지불하고 마시
는 커피,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좋은 것이고요. 하지만, 예전 여자친구와 겪었던 갈등이나 회사 여자동료들과의 이질감이 같은 동성친구나 남자동료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들과는 자판기 커피나 편의점 커피를 마셔도 아무런 의견충돌이 없었습니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평소 의문을 가져왔던 부분인데요. 어제 흥미로운 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한 설문조사에서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남자는 점포 위치를 가장 중시하는 반면, 여자는 커피 맛을 1순위로 꼽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0~28일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점포 선택시 남성 응답자 34%는 위치를, 여성 응답자 25.4%는 맛(품질)을 꼽았다. 이어 남자는 품질(20.1%), 브랜드(13.9%), 가격(13.5%) 등이, 여자는 가격(23.0%), 위치(21.1%), 브랜드(16.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여자친구에게 ‘대충 가까운 곳에서 마시자’고 이야기했던 것은 ‘위치’를 중요시 하는 남성의 보편적 특성에 따랐던 것이며, 멀더라도 자주 가는 매장에서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던 여자 친구의 의견 역시 일반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커피를 선택하는 데 있어 남성은 가격이라는 기준이 제일 낮은 순위에 있었으며, 여자는 두 번째 순위에 있었다는 것인데요. 남성보다는 여성이 조금 더 알뜰한 성격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는 여자친구나 회사동료들이 매장과 커피의 맛을 중요시하며, 조금 고집을 부리더라도, 일반적인 특성으로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하겠습니다. 괜히 가까운 곳에 가자고 ‘맞고집’을 부렸다가는 짜증과 다툼만 늘어날 뿐이니까요.
이해는 역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