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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초능력자’, 왜 평범해졌을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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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초능력자’, 왜 평범해졌을까?

 

날로 발전하는 CG(컴퓨터 그래픽) 덕분일까. 최근 드라마에는 다양한 ‘초능력’이 등장한다.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리기도 하고, 상대방의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기까지 한다. 귀신이나 영혼을 보는 건 이제 식상할 지경에 이르렀고, 몸에서 칼이 돋아나거나 냄새를 눈으로 보는 다소 특이한 설정마저 극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유치한 CG 때문에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을 ‘초능력’이란 소재가 이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인 건 역시나 ‘도민준’이란 외계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큰 사랑을 받았던 <별에서 온 그대>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도 ‘초능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존재했고, 다양한 ‘초인’캐릭터가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별에서 온 그대>가 대박을 터트린 이후에는 의학·법정·추리극 등 이야기 소재별로 다양한 맞춤형 초인들이 등장할 만큼 그 외연의 폭이 넓어졌다. 그만큼 시청자가 이 초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며, 초능력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기존 드라마 속 ‘초능력자’가 일종의 영웅의 서사를 따랐다면, 최근 드라마 속 ‘초능력자’는 특이한 능력을 가졌을 뿐 삶 그 자체는 평범하다는 데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냄새를 보는 소녀> 속 오초림(신세경 분)은 눈으로 냄새를 보는 ‘초능력자’이다. 그녀는 이 초능력을 활용하여 미궁에 빠진 형사 사건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주기고 하고, 또 도망 친 범인을 잡는 데 있어 일등 공신이 되기도 한다. 냄새를 눈으로 본다는 설정은 다분히 만화적 상상력에 가깝지만(실제로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실 주인공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영웅’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는 ‘초능력’이다.

 

그럼에도 오초림은 극단의 막내생활을 해나가며 오늘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개그우먼을 꿈꾸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녀가 ‘초능력’을 사용하는 이유 역시 아직까지는 자신의 개그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서일 뿐, 스스로 사건을 파헤치거나 범인을 잡고 싶은 ‘영웅 심리’는 엿보이지 않는다.




 

제목부터 비범(?)한 tvN <초인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초인시대>는 25세까지 첫 경험을 하지 못한 남자들이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초능력을 갖게 되는 이유부터가 기존 ‘초능력자’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병재(유병재 분)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우선 병재가 초능력을 발휘하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속옷까지 벗어야 하는 창피함을 이겨내야 하고, 또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그가 마주하는 과거는 기대와 달리 굴욕적인 상황에 가깝다. 초능력을 얻었건만, 여전히 그는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월세를 구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자나 외계인까지 나온 상황에서 ‘초능력자’가 이처럼 고달픈 현실 속 캐릭터로 그려지는 건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비록 드라마 속 허구의 세계라 할지라도, 이제는 ‘초능력’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그런 이야기만으로는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비범한 능력으로 현실을 바꾸는 ‘초인’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를 끌었던 소재이지만, 이제는 ‘초능력자’의 이야기도 조금씩 변하는 중이다. 영웅의 탈을 벗어던지고, 현실에 발을 디뎠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늘었지만, 그 변화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초능력자’조차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집값을 걱정해야 할 만큼, 지금 우리 현실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가장 뛰어난 ‘초능력자’는 다름 아닌 ‘재벌2세’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올 만큼, ‘초능력’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소재로 바뀌고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줘야 할 ‘초능력자’가 현실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면, 대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워야할까. 부디, 재벌만은 아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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