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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2회 : 작가의 대형 떡밥, 손유(박상원)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한 이필립은 <신의> 속에서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그가 맡은 장어의라는 인물은 뛰어난 의술만큼이나 무예에도 일가견이 있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중반이후에는 은수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스승이 돼 은수가 겪는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들어주는 모습으로 약간의 신비감마저 자아냈습니다.

 

은수의 가치관을 그토록 잘 이해해 주는 것은 장어의가 또다른 '시간여행자'이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들려오기 시작했는데요. 발칙한 상상은 배우의 부상으로 인한 캐릭터의 죽음으로 이어져 결국 알 수 없는 비밀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23일 방영된 <신의> 24회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장난스레 의심했던 또 다른 시간여행자의 존재가 그려진 것인데요. 그 사람은 바로 몇회전부터 출연하기 시작한 원나라의 단사관 손유(박상원)였습니다.

 

제가 손유를 또다른 시간여행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이날 시청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장면때문이었는데요. 그 장면은 다름 아닌 그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물건, 바로 회중시계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회중시계를 꺼내보는 손유의 모습에서 저는 그가 바로 혹시나 하고 의심했던 ‘또 다른 시간 여행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동안 의아했던 몇가지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손유는 드라마상에서 원래 고려 사람이었던 것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그가 원나라 사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원나라에서 단사관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사실 그는 공민왕보다는 덕흥군이나 기철과 더 가까운 사람인데요. 지금껏 그가 보여준 행동은 상당히 중립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덕흥군과 공민왕을 저울질 하는 모습에서는 진짜로 고려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뇌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무조건적으로 원나라를 위해 판단하는 인물이 아닌, 고려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는 왜 원나라 단사관의 신분으로 고려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이날 방영된 22회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이날 손유는 덕흥군을 고려의 왕으로 세운다는 원황제의 칙서를 기철에게 전해줬는데요. 기철이 손유에게 “원래 고려사람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땐 고려사람이라는게 중요했습니다. 한 때 잘만하면 고구려 땅을 다시 찾을 수 있겠다 믿을 때도 있었고요. 허나 세상은 언제나 부원군 같은 분만 갖고 있고, 나머지는 끌려가더라구요. 그렇다면 ‘땅의 이름따윈 상관없지 않겠나’ 그런 결론을 갖게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실 앞에서 자신의 꿈이 무너지자, 그는 결국 고려를 버리고 원나라 사람이 되는 타협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품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뭔가 계산하는 표정을 지었는데요. 저는 어떤 이유로 그가 고려시대로 타입슬립됐고, 은수와 마찬가지로 앞날을 볼 줄 아는 능력을 이용하여 고려를 고구려와 같은 강대국으로 만들려는 꿈을 갖게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려말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했을때 그 혼자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혼자서 아무리 역사를 바꾸려해도 역사의 큰 흐름을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죠.


지금의 손유는 되도록 역사는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은수라는 또다른 ‘시간 여행자’가 나타나 조금씩 역사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죠. 화적떼의 두목이 될 아이를 살려 마을 사람 모두를 죽게 만든 것처럼말입니다. 때문에 손유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은수를 죽이려 했던 것이고, 그녀가 더 이상 죽어야 할 사람을 살리지 못하도록 그녀의 수술도구를 모두 빼앗아 간 것입니다. 시계를 보며 무언가 계산하는 모습은 바로 며칠 후면 천혈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으로 풀이되고요.

 

 

 

그 역시 시간여행을 통해 다양한 미래를 봐었던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이날 손유는 최영에게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바로 덕흥군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와 은수 때문에 최영이 죽을지도 모르니 은수를 가까이 두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고려에 대한 일말의 충성때문이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손유는 고려가 원래의 역사대로,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기 전까지 최영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은수를 지키기 위해 최영은 목숨까지 내놓습니다.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최영이지요. 그래서 손유는 그렇게 은수를 죽이려 한 것입니다. 최영의 죽음 자체가 역사를 큰 혼돈에 빠뜨리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손유가 잘못 생각한게 있습니다. 지금의 최영에게는 이제 은수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은수가 없는 최영은 최영이 아닙니다. 은수가 죽거나 혹은 미래로 떠나버릴 경우 최여은 원의 압박으로부터 왕을 보좌할수도 없고, 오랑캐로부터 북방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도 없습니다. 역사가 어떻게 꼬여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원래의 역사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은수라는 존재가 꼭 필요한 조건이 돼버린 것입니다.

 

 

 

이제 <신의>는 종영까지 2회가 남았습니다. 종영을 불과 한주 앞두고 작가가 던진 ‘떡밥’은 그야말로 대형떡밥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여행자’라면 누구나 맞닥들이게 될 역사개입 문제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작가는 남은 2회동안 손유와 은수라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통해 얼마만큼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상당히 흥미로워지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손유와 은수는 천혈이 열리는 날 그 앞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손유는 떠나고, 역사를 지키는 선안에서 인연과 사랑을 붙잡고자 하는 은수는 남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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