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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리뷰 : 이 시대 최고 권력자는 누구인가?

 

박근혜 정부는 총 3기로 나눌 수 있다. 1기 대통령은 정윤회, 2기 대통령은 최순실, 그리고 3기 대통령은 황교안이다.”

 

최근 SNS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인데 현 세태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어 절로 박수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 씨가 1, (윤회)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2014'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박관천 경정의 발언이다.

 

 

 

 

비단 이들 뿐이겠는가. 우리나라 일등신문이라 자부하는 모 언론사의 사주와 편집국장은 밤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그 권세가 대단했고, 김기춘-우병우로 대표되는 검찰 조직 역시 남부럽지 않은 권력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여기에 불구속기소를 통해 권력은 유한하고 자본은 무한하다는 깨우침을 주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더하면, 우리 시대 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존재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정치인(비선실세포함), 언론, 검찰, 그리고 재벌까지.

 

 

 

 

더킹 : 정권에 맞게 얼굴을 바꿔온 검찰 권력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킹>은 검찰에 집중한다. 감독은 양아치 출신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의 인생을 통해 우리 사회 내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또 만들어지는 지를 유쾌하게 까발린다. 흔히 검찰은 권력의 칼로 묘사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주인이 칼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칼이 주인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지난 현대사에서 검찰 권력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검찰개혁 카드를 들고 나온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한강식(정우성 분), 양동철(배성우 분), 박태수(조인성 분) 일당은 거칠 게 없었다. 때에 맞춰 아껴둔 사건을 터트리고, 또 적절한 시점에서 수사 과정을 언론에 흘리기만 하면, 모든 건 이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기획수사와 표적수사 등을 통해 잠재적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혹시라도 위기에 몰리면 연예인 스캔들로 물타기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상고 출신 대통령이다. 거래 따위 통하지 않는다. 동물적 감각으로 라인을 바꿔 타며 승승장구 해온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권력에서 떨어져 검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달라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이들의 눈에는 자기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것처럼 비춰졌다. 이건 역사에 대한 도전이며 반란과도 다름없었다.

 

다행히(?) <더킹>에서 그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헌재 판결 이후 다시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는 레임덕에 허덕인다. 한강식 일당에게 다시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그간 아껴둔 사건 파일을 터트리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등 퇴임 대통령의 수사를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새로운 정권의 믿음직한 칼, 아니 충직한 개가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정권에 맞게 얼굴을 바꿔가며 권력을 누려온 이들의 시대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더킹 : 권력을 넘어뜨릴 수 있는 건 민심

 

<더킹> 속 한강식 일당이 꿈꿨던 권력의 영속성에 균열을 낸건 박태수다. 한강식과 양동철은 자신들의 죄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꼬리자르기로 박태수를 내치고, 친구와 가족까지 모든 걸 잃고 난 박태수는 복수를 위해 양심선언에 나선다.

 

재미있는 건, 왕과 다름없는 권력을 행사하던 한강식이 일당에 맞서 박태수가 준비한 카드가 바로 민심이라는 점이다.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검찰을 압박한 박태수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결국 한강식을 향해 회심의 한방을 날린다.

 

 

 

 

물론, 그의 당선여부는 공개되지 않는다. 민심이 모여서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아니면 민심은 결코 권력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인지, <더킹> 감독은 그 선택을 관객에게 미룬다. 그건 바로 어느 한 개인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손끝으로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 적폐청산과 정의를 부르짖는 여론을 감안한다면,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 시대 최고 권력자는 누구인가.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 아니다.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검찰? 아니다. 여론을 현혹시키는 언론과 돈이면 뭐든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 재벌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최고 권력자가 아니다.



 

이 시대 최고 권력자는 바로 민심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킹>을 보고나면 우리나라 권력 서열을 재정립하게 된다. 1위도 국민, 2위도 국민, 3위도 국민으로.

 

물론. 아직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배급사 new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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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리뷰하는 블로그입니다. 영화, 책, TV, 그리고 우리의 인생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공조> vs <더킹>, 과연 누가 웃을까?

 

두 글자 제목 영화가 뜬다.’ 한때, 충무로에서 속설처럼 떠돌던 이야기다. 지금도 쉽지 않은 600만 돌파를 <쉬리>1999년에 해냈고, 2001년 개봉한 <친구>800만을 불러 모았다. 1700만명이 선택한 <명량>의 제목도 두 글자며, <암살>, <괴물>, <관상> 초대박으로 분류되는 천만 인근의 영화 제목들 역시 간단명료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곡성>, <터널>, <럭키> 등 두 글자 제목 영화의 흥행은 2016년까지 이어졌고, 그 흐름은 2017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와 조인성, 정우성 주연의 <더킹>이 오는 18일 나란히 개봉,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두 글자 제목 흥행 영화계보는 누가 잇게 될까.

 

 

 

 

<공조> : 현빈 액션과 유해진 코믹의 만남, 그 결과는?

 

이번 영화에서 생애 첫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현빈은 그간 로코물에서 보여준 부드러움대신 카리스마를 장착했다. <공조>를 위해 수개월간 강도 높은 무술 트레이닝을 받는 등 스피디하고 격렬한 액션을 위해 온 몸을 불살랐다는 후문.

 

해병대 출신 현빈의 화려한 액션에 맞서 유해진은 코믹으로 응수한다. 이미 <럭키>를 통해 유해진표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바 있는 그는 생계형 남한형사 캐릭터를 맡아 현빈과 의외의(?) 팀플레이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의형제>, <은밀하게 위대하게>, <베를린> 등 북한 첩보요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흥행스코어가 괜찮았다는 점에서 <공조> 역시 충분히 중박 이상을 노려볼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서로 각기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현빈과 유해진의 시너지가 터지고, 액션과 코믹의 균형만 잘 맞는다면 <더킹>과의 한판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킹> : 비주얼은 합격, 과연 스토리는?

 

우선 비주얼은 합격이다. 무려, 조인성과 정우성이 만났다. 여기에 응팔 스타류준열이 뒤를 받친다. 여성 관객의 선택을 받기엔 <공조>보가 <더킹>이 더 유리해 보인다. 남성 관객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더킹>이 품고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 정치적 음모, 격동의 현대사 등은 중장년층 남성 관객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한 이야기 거리다.

 

 

 

 

다만, <아수라>처럼 영화 자체가 아수라판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이야기를 밀도 있게 끌고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아치 고등학생이 검사가 된다는 설정이나, 뒤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권력의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을 얼마만큼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대통령 뒤에서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른 사례도 있으니, ‘킹 메이커소재쯤이야 다소 싱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만을 향해 뜨겁게 불타오를 것 같았던 <마스터><너의 이름은>에 밀려 흥행동력이 떨어진 상황. 과연 <마스터>의 바통을 이어받을 영화는 누가 될까. <공조><더킹>의 정면 승부는 오는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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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카루스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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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가 전하는 수사 가이드라인

권력과 부패를 향한 통쾌한 한방...판타지 알면서 극장 찾는 이유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보고 들었던 단어, 바로 수사 가이드라인이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심지어 카메라를 금지하고 기자들을 불러 모은 신년간담회에서조차 수사 가이드라인논란은 어김없이 불거졌다. 국내 제일의 언론사라고 자부하는 신문칼럼과 기사 역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보면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사는 검찰과 경찰의 몫이고, 지은 죄에 따라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해 답정수(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수사만 해)’ 가 펼쳐지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다. 아니,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답정수는 점점 더 견고해졌고, 또 교활해졌다.

 

 

 

 

지난 몇 년간,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유죄가 무죄가 되는 현실에서, ‘법대로’, ‘원칙대로수사가 진행되길 기대하는 국민들의 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라마지 않았건만, 오히려 민주주의와 상식의 시계추는 거꾸로 움직였다.

 

이런 대중의 욕망에 민감한 영화계는 발 빠르게 판타지를 앞세워 대리만족을 선사해줬고, 그 과정에서 <베테랑><내부자들>처럼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권력층의 부패와 몰락을 그린 영화가 크게 흥행했다. 570만 관객을 돌파(13일 기준)하며 쾌속 순항중인 영화 <마스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이병헌과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마스터>는 사실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돈을 앞세워 정치인과 사법부까지 쥐락펴락하는 진회장(이병헌 분)의 욕망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수사를 벌이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결기는 익숙하다 못해 그 다음 장면이 훤히 그려질 정도다.

 

게다가 선과 악의 대결 구도와 이들의 갈등만으로 끌고 가는 다소 긴 러닝타임(2시간 반)은 중간 중간 늘어지며 지겨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결말이라도 다르면 모를까, <마스터>는 마지막 장면조차도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차선의 직선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마치, 답답한 현실에 지친 대중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 안겨주는 것만이 이 영화의 제작 목표였다는 듯 말이다.

 

 

 

 

<마스터>가 우리 사회에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뻔하고, 그 속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도 그다지 색다를 게 없지만, 그럼에도 <마스터>의 흥행질주가 계속되는 건, 관객들이 <마스터>의 판타지를 알면서도 즐긴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가령, 정의로운 천재 김재명(강동원 분) 팀장의 일갈을 보자.

돈 받은 윗대가리들, 그리고 그 윗대가리들, 내가 이번에 싹 다 밀어버릴 거거든”.

 

어디 현실에서 가당키나 한 일일까. 천만의 촛불이 모여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김재명 팀장의 말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저런 일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차가운 바람에 맞서 광장에 모이고, 작은 촛불 하나에 희망을 보탰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곱씹어볼수록 <마스터>는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압력이 있을지라도 끝까지 죄를 추적하고 범인을 잡아들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사에 임할 것.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건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숨은 세력까지 철저하게 밝혀내 죄 값을 받게 할 것. 끝으로 돈이라는 방패들 들고 권력이라는 갑옷을 입어도 정의의 칼날이 더 세다는 믿음으로 수사할 것.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마주한 국민들에게 <마스터> 속 진회장(이병헌 분) 일당의 사기 사건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는 김재명(강동원 분) 팀장의 고군분투는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스터>가 그려내는 판타지는 올 겨울 촛불을 들며 우리가 한번쯤은 상상했던 세상과 겹치는 공통분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검·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소수 정치인이 아닌 다수 국민들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카메라 앞에 선 권력자의 입이나 신문 사설을 통해 지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아닌, 국민들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만 비로소 실추된 검·경의 이미지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마스터>가 전하는 수사 가이드라인부터 마스터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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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리뷰 - 혜선은 왜 민폐캐릭터가 되어버렸나?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중 <서울역>만큼 기대를 모았던 작품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서울역> 이전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막을 올렸다가 언제 내렸는지도 모르게 상영을 접곤 했다. 상영관을 확보하는 거 자체가 가장 어려운 숙제였으니, 더 말해 무엇 할까.

 

따라서, <서울역>14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이유는 순전히 영화 <부산행>의 흥행 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역>에는 <사이비>, <돼지의 왕>, <사랑은 단백질> 등 그간의 작품들은 얻지 못했던 천만 감독연상호의 애니메이션이란 수식어가 더해졌으며, <부산행>의 프리퀄이란 홍보문구를 통해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마치 <부산행> 속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이유를 <서울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여성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 연상호식 냉소가 답하다

 

하지만, <서울역><부산행>은 엄연히 다른 영화다.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만 비슷할 뿐, 두 영화의 분위기와 메시지는 과연 같은 감독의 작품인지가 맞나 싶을 만큼 동떨어져 있다. 이는 <서울역><부산행>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하며 극장에 들어섰을 관객들의 실망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지점이다.

 

물론 <부산행>과의 연관성은 상관없이, <서울역> 자체가 재미있었다면 평가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울역>1시간 30분 동안 관객들에게 군고구마한 박스를 선물하고 만다. 영화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혜선이란 캐릭터가 시종일관 답답한 모습을 보이며 민폐캐릭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한 노숙자의 피습으로부터 시작된 좀비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서울역 인근의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혜선을 비롯한 시민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들 중에는 <부산행> 속 마동석처럼 힘으로 좀비를 제압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별다른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좀비 바이러스의 제물이 되고 만다.

 

혜선도 예외는 아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힘없는 젊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리 많지 않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게 사실. 영화 속에서도 혜선은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맞이한다. 다행스럽게도 좀비에 물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녀는 남성 캐릭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서울역>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주인공 혜선에 대한 지적이다. 주체적이지 못하고, 남들에게 폐만 끼치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다. 왜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그렸는지 모르겠다는 비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도망 다니다 지쳐 우는 혜선을 보면 이런 지적에 백번 동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현실이 아닐까. 법과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서 폭력은 정당화되고, 물리적으로 약자인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리아 난민사태에서 보듯, 여성은 성폭력이란 2차 피해의 위험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영화 말미 혜선이 강간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알고 보니 혜선이 무술유단자라서 화려한 액션으로 좀비들을 제압하거나, 혹은 천재적인 두뇌를 바탕으로 재난사태의 원인을 밝혀내면 좋겠지만, 이런 식의 판타지는 결국 허망함만 불러올 뿐이다. 특별한 능력을 부여한다고 해서 여성 캐릭터가 주체성을 가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서울역>은 연상호 감독 특유의 화법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지나칠 만큼 냉소적이며, 인간의 본성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집요함까지. 게다가 주거 공간의 형태를 기준으로 시민들의 계층을 나누고, 현대인의 욕망이 집약된 아파트를 결말의 장소로 차용한 방식 등에서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읽어내는 거 또한 어렵지 않다.



 

따라서 <서울역>은 늘 우리안의 이야기에 집중해 온 연상호 식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민폐캐릭터로 전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혜선이 왜 민폐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럼, <서울역>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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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능했고 언론은 가벼웠다

[영화 리뷰] 현실과 너무도 닮은 영화 <부산행> 속 정부와 언론

 

이유도 모른 채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민들이 알고 싶었던 건 진실이었으나 언론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정부 발표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다. 한마디로 정부는 무능했고, 언론은 가벼웠다.

 

, 이렇게만 쓴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 또 세월호 이야기냐며, 지겨우니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니 부연설명을 해야겠다. ‘무능한정부와 가벼운언론은 바로 영화 <부산행> 속 이야기다. 한국형 좀비물이란 홍보문구로 기대를 모으더니 개봉 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바로 그 파죽지세의 영화 <부산행> 말이다.

 

 

 

 

 

<부산행> 속 정부와 언론, 현실과 너무 닮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은 좀비로 변해가고, 기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이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해 좀비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부산행 기차에 올라탄 승객들은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특히 어른은 죽음이라는 위기 앞에서 누구보다 영민해진다. 그래서 제 목숨을 건사하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희생양삼아 위기에서 탈출하는 모습 등은 화가 날지언정 낯설지는 않다.

 

 

 

 

물론, 기차 안에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민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 비록 엉성하기는 하지만 서로 손을 잡고 한발 한발 내딛는 이들의 모습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의미를 읽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추악하거나 혹은 아름답거나. 생존 앞에서 인간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 때, 정부는 여전히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정부를 믿고 따라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또 좀비에게 물어 뜯겨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그 이유를 폭력시위에서 찾는다. (세상에,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 폭력시위라니!)



 

영화 속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써가며 좀비를 폭력시위대로 묘사하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듯 보였다. 언론은 좀비 바이러스가 대체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 파헤치기보다는 좀비 감염지역으로 달려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을 찍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평소 그들이 입에 달고 살던 국민의 알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다 영화 속 이야기다.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가벼움은 그저 관객들의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영화 <부산행> 속 장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세월호는 지난 간 과거이므로, ‘현재를 대입시켜 보자. 요즘, 사드 배치 문제로 성주가 많이 시끄럽다. 매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드에 대한 찬반은 차치하고서, 성주 군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과의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성주 군민들의 시위에 외부세력괴담에 의한 선동이란 말을 갖다 붙이며, 본질을 왜곡시키려 한다.

 

 

 

 

언론은 또 어떤가. <부산행> 속 언론처럼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바쁘며, 좀비를 폭력시위대로 묘사했듯 성주 군민들을 외부세력으로 낙인찍으려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장소 선정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나아가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는 제대는 이뤄졌는지에 대한 논의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무능한 정부와 가벼운 언론을 가진 사회에서 생존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부산행 기차에 탑승한 시민들이 그러했듯, 우리에겐 이미 살아남기란 숙제가 주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마도 혼자 갈 것인가, 아니면 함께 갈 것인가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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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를 통해 본 아역배우가 빛났던 역대 흥행영화 BEST5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하냐고?!”

 

아역이 중하다. 잘 섭외한 아역배우 하나, 열 스타 안 부럽다. 최근 64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곡성>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 아역배우 김환희가 선보이는 연기는 감탄을 넘어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김환희가 아닌 다른 배우가 효진(영화 속 종구의 딸)을 연기했더라면, <곡성>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분명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곡성>의 김환희 뿐만이 아니다. 흔히 감초 역할이나 주변인물에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아역배우가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이 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0위 안에 든 영화 가운데 아역배우가 빛났던 작품 다섯 편을 꼽아봤다.

 

 

1. 7번방의 선물 : 갈소원

 

 

 

아역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가운데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던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7번방의 선물>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3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128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역대 한국박스오피스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류승룡의 연기 변신도 큰 화제였지만, 이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캐릭터는 바로 용구(류승용 분)의 딸 예승(갈소원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믹부터 눈물까지, 갈소원 양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다소 허황되고 판타지 성격이 짙었던 영화의 무리한 설정마저 재미와 감동으로 바꿔 놓는 마법을 부렸다. 성인 연기자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극의 흐름을 주도했던 갈소원이야 말로 이 영화에게 있어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2. 괴물 : 고아성

 

 

 

 

지난 2006년 개봉해 1090만명을 불러 모은 영화 <괴물>은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등 당시로서는 어벤저스급 출연진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주연배우 목록에 이름을 올린 낯선 소녀가 한명 있었다. <괴물>을 통해 데뷔한 후 이제는 어엿한 여배우로 성장한 고아성이 그 주인공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야무지고 당찬 그녀는 아역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이다.”

<괴물>을 통해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고아성의 당시 나이는 15. 괴물과의 처절한 사투 한 가운데서 공포에 질린 모습과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는 끈질김 등을 보여준 그녀는 누구보다 빛났다. 지금도 고아성의 대표작으로 회자되는 <괴물>은 역대 한국박스오피스 11위에 랭크돼 있다.

 

 

3. 과속스캔들 : 왕석현

 

 

 

 

썩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역 배우 왕석현. 차태현과 박보영이 부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과속스캔들>200812월 개봉해 820만명의 관객을 선택을 받는 등 깜짝흥행에 성공했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영화의 씬스틸러를 한명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석혁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을가 싶다.

 

당시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에 합류한 왕석현은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 코믹하고 엽기적인 표정과 능청스러움을 선보이는 등 영화 곳곳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왕석현이 나왔다 하면 빵빵터지곤 했던 기억을 되짚어본다면, 역대 한국박스오피스 23위에 올라있는 <과속스캔들>의 흥행 지분 중 일부는 분명 그의 몫이 되기에 충분하다.

 

 

4. 곡성 : 김환희

 

 

 

 

말이 필요 없다. 나홍진 감독의 연기 천재라는 칭찬도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만큼 <곡성>에 있어서 배우 김환희의 연기는 압도적인 동시에 절대적이다.

 

초반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표현할 땐 영락없는 아역배우인데, 이후 발작을 일으키고 귀신 들린 듯 음식을 먹어대며, 이후 곽도원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짜증을 부리는 장면에선 360도 달라진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대사이기도 했던 "뭣이 중헌디, 뭐시 중헌지도 모름서"란 말이 국민적인 유행어가 됐듯, 앞으로 국민배우란 수식어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멋진 배우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김환희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곡성>은 지금까지 650만명을 불러 모으며 역대 한국박스오피스 40위를 기록하고 있다.

 

 

5. 아저씨 : 김새론

 

 

 

 

원빈을 움직인 소녀. 김새론이란 세 글자는 여전히 대중에게 영화 <아저씨>를 떠올리게 만든다. 2010년 개봉하여 61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품이니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더불어 <아저씨> 속에서 김새론이 연기한 소미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강렬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제작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미라는 캐릭터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고, 김새론은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역답지 않은 섬세한 내면연기와 노련미를 바탕으로 영화의 깊이를 한층 더해주며 놀라움을 안겼다.

 

역대 한국박스오피스 44위에 랭크된 <아저씨>10대 여배우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는 김새론에게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녀를 상징하는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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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왜 싱겁게 끝나버렸나?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개봉 전부터 온갖 최상급 형용사가 동원된 영화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가히 최고’, ‘최강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방대한 스케일과 액션을 자랑한다. 수천 년 전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는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맞서기 위해 뭉치는 엑스맨 군단의 면면 역시 이번 시리즈가 영화의 규모와 비주얼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영화는 화려하다. 실제 이집트 연구자에게 자문을 구해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초반 고대 이집트 세트에서부터 관객은 압도당하며, 뮤턴트(돌연변이)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현란한 CG(컴퓨터그래픽)는 이번 시리즈가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느끼게 해줄 만큼 강렬하다. 1980년대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느끼도록 연출한 소품과 의상 역시 그 디테일이 놀랍다. 막강한 라인업 역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14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를 싱거움이 느껴진다. 인류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하는 아포칼립스의 전지전능함은 두렵기보다 코믹하게 느껴지고, 아포칼립스를 막기 위해 사상 최대의 전쟁에 나서게 된 엑스맨들의 활약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신이라 불려온 존재, ‘아포칼립스끝판왕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왜 싱겁게 끝나버렸을까?

 

우선, ‘아포칼립스의 능력부터 돌아보자. 그는 최초의 돌연변이이자, 모든 뮤턴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초월적 존재다. 대부분의 돌연변이가 한 두 가지의 초능력만 구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아포칼립스는 텔레파시부터 염동력, 순간이동과 자가회복능력까지 거의 모든 초능력을 선보인다.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신으로 숭배 받아왔던 최초의 돌연변이라면,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포칼립스가 선보이는 초능력은 그간 엑스맨 시리즈에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보여준 초능력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간 엑스맨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초능력을 보여줬더라면 몰입감이 배가 됐을 텐데, 단순히 여러 가지 초능력을 동시에 구가한다는 설정만으로는 너무 임팩트가 약해보였다.

 

 

 

 

게다가 여러 가지 초능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캐릭터는 이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서 스타라이커 대령이 웨폰XI’라는 돌연변이를 만들어 선보인바 있다. ‘웨폰XI’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액션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아포칼립스의 정적인 초능력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나마 그전 세계의 핵무기를 대기권 밖으로 날려 보내는 장면과 퀵 실버의 빠른 움직임을 눈으로 쫓아갈 만큼의 탁월한 동체시력을 자랑하는 부분에선 아포칼립스가 색다르게 다가오지만, 그땐 캐릭터의 매력이 이미 바닥으로 떨어지고 난 뒤다.

 

 

 

 

다음으론 울버린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휴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X맨 군단에서 울버린만이 거의 유일하게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맞고 때리고, 찌르고 베이는 아날로그적 액션은 CG가 범벅되는 전투에서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긴장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울버린은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치며, ‘아포칼립스와의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는 비스트가 울버린의 역할을 대신하며 고생(?)을 하지만, 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비스트는 액션을 선보일 때 보다는 냉철한 과학자의 모습일 때 더 매력적이다.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아포칼립스X맨 군단의 마지막 전투신이 결국 빔 대 빔 대결, 에너지 대 에너지 대결, 힘 대 힘 대결로 흘러가는 이유 역시 무관치 않다. 살이 찢기는 고통을 뚫고 전진해서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는 울버린 식 액션이 실종되다보니, 관객은 마지막 전투신을 보며 화려한 CG 구경만 하다 끝나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끝으로, ‘아포칼립스편에 서 인류를 위협했던 포 호스맨중 메그니토와 스톰이 왜 극적인 순간 아포칼립스를 배신하여 X맨 군단에게 힘을 보태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게 다음 시리즈를 위한 포석인지, 아니면 찰스 자비에가 주장해온 선한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이 갑자기 힘을 합쳐 아포칼립스를 공격하여 전투가 끝나버리는 상황은 약간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다.

 

 

 

 

힘만 세다고 끝판왕은 아니다. 능력만 많다고 해서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아포칼립스를 신이라는 존재로 설정했다면, 그에 버금가는 지략과 매력 등을 겸비하도록 했어야 한다. ‘끝판왕이 전혀 새롭거나 매력적이지 않으니, 이와 맞서는 X맨 군단 역시 빛을 잃어 버린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끝으로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3부작은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다음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이번편의 싱거움을 반복하지는 말길 바란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마블스튜디어, 20세기 폭스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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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리뷰, 악이란 무엇인가?

 

젠가(Jenga)라는 게임이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같은 사이즈인 직육면체의 블록을 쌓아 만든 탑에서 한 조각을 빼 맨 위에 원하는 모양으로 올리면 된다. 한 손만 사용해야 하고, 자신의 순서에서 탑이 무너지면 패하게 된다. 어디서 블록을 빼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탑의 모양은 시시각각 변한다.

 

최근 화제작(혹은 문제작)으로 떠오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흡사 젠가 게임을 보는 듯하다. 젠가에서 54개의 블록이 하나의 탑을 이루듯, 곡성 역시 수많은 소재와 장르, 그리고 상징과 은유가 얽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록을 쌓아갈수록 탑의 모양이 변하는 것처럼, <곡성> 역시 관객의 해석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그 함의가 더욱 다양해진다.

 

 

 

 

믿음과 배신,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기독교와 무속신앙, 선과 악 등 <곡성>에서 관객이 빼낼 수 있는 블록은 무척 다양하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배경지식에 따라 <곡성>은 완결성을 갖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불친절한 영화가 될 수 도 있다. 영화는 나홍진 감독이 만들었으나, 그걸 완성시키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인 셈이다.

 

 

초월적 존재로 돌아온 나홍진 감독, 그의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추격자><황해>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악마성을 탐구해 온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이르러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악마와 신이 등장하는 건 나홍진 감독이 도달한 나름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묻지마 살인과 같은 잔혹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사회. 그들은 피해자가 되어야 했을까?

가해자가 <추격자> 속 지영민(하정우 분)처럼 사이코패스라서? 아니면, <황해> 속 면가(김윤식 분)처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니까? 누구도 이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릴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이걸 두고 신의 농간혹은 악마의 장난이라 표현한다고 한들, 앞선 고민이 씻은 듯 개운해질리 만무하다. 오히려, 이런 접근법은 허탈함과 무력감을 양산해낼 뿐이다.

 

또한, 인간이 아닌 다른 초월적 존재가 인간 세상에 개입하는 경우,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신과 악마에 비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대체 무엇이고, 그들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곡성>은 평범한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의 시선으로 그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마을에서는 계속해서 사람이 죽어나가지만, 확실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경찰 측에서는 야생 버섯 중독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밝혀내지만, 그게 전부라고 믿는 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산 중턱에 사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심지어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에 이른다. 물론, 경찰인 종구는 그런 소문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종구의 딸에게서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순간, 종구의 입장은 180도 변한다. 종구는 딸이 아픈 게 모두 외지인 때문이라고 믿고, 그를 찾아가 행패를 부린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자 급기야 유명한 무당인 월광(황정민 분)을 불러들여 굿판을 벌인다.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종구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다.

 

중후반에 이르러 영화는 무너지기 직전의 젠카 탑처럼 기괴한 형태를 띤다. 장르는 고사하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마치 산 중턱에서 안개가 잔뜩 낀 마을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심지어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무엇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언가 매듭지어져야 할 종반 역시 영화는 그 특유의 불친절함(?)을 유지한다. 아니 오히려 위태로운 느낌이 더 강하다. 밑바닥은 구멍이 송송 뚫리고, 윗부분은 불규칙한 블록이 제멋대로 위치해 무게중심을 흩트린다. 지금껏 감독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따라온 관객들은 이제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어떤 블록을 빼고 어디에 올릴 것인가. 해석의 여지는 점점 더 넓어지고, 지금껏 자신이 보아온 장면들을 의심한 게 된다. 혹시 놓친 건 없는지, 아니면 미끼를 물은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 영화는 또 한 번 충격적인 반전을 선보인다.

 

그리고 묻는다. 악이란 무엇인가?

 

 

 

 

폭력을 행사하고 사람을 죽이면 그건 악인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영화 속에서 무명(천우희 분)과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때리고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하며, 칼부림을 일으키는 건 죄다 사람의 짓이다.

 

선량한 마을주민으로 대표되는 종구조차 미치고 날뛰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단지, 딸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행동이 전부 이해될 수 있을까? 신과 악마라는 초월적 존재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나홍진 감독의 문제의식은 여전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을지 몰라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을 죽이는 건 사람이다.

 

악은 내안에 있다.

이게 바로 <곡성>이라는 게임에서 필자가 쌓아 올린 마지막 블록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제작사 및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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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워는 어떻게 기대를 뛰어넘었나?

아이러니로 풀어본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

 

400만이 봤고, 앞으로 600만이 더 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이하 시빌워)>는 사실 크게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시빌워>를 이끄는 주요 서사, 액션, 캐릭터는 이미 마블의 히어로무비에서 한번쯤은 접했던 설정들로써, 신선함 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느껴진다. 그럼에도 <시빌워>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후한 분위기다. 역대 외화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의 짜임새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 역시 무척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빌워>는 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아니러니에 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하는 아이러니는 최근 <아가씨>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이 잘 활용하는 영화적 기법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올드보이>를 떠올려보자. 오대수(최민식 분)는 왜 칼이나 총이 아닌 장도리를 들고 복수에 나선 것일까. 아이러니다. 만약 그가 칼이나 총을 들고 복수에 나섰다면 별반 새로울 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치라는 도구 하나가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후반부에 삽입 된 음악은 또 어떤가. 아주 더러운 비밀이 밝혀지는 그 순간, 박찬욱 감독은 비발디의 사계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가장 폭력적인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예상 밖의 음악, 부조화, 바로 아이러니다.

 

 

 

 

<시빌워>로 돌아와 보자. 익히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의 뼈대는 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싼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갈등이다. 그런데 국가를 우선시하는 캡틴은 등록제에 반대를 하고, 오히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은 아이언맨은 히어로 통제법에 찬성을 하는 아이러니가 그려진다.

 

두 사람은 지금껏 자신들이 추구해온 가치관과 어긋난 선택을 함으로써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고,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시빌워>를 단순한 히어로간의 싸움이 아닌 을 둘러싼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느끼게 만든다. 바로, 아이러니의 힘이다.

 

 

 

 

<시빌워>의 가장 큰 볼거리인 떼거리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빌워><어벤져스> 2.5편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히어로가 등장하여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필두로 팔콘, 호크아이, 스칼렛 위치, 앤트맨, 윈터솔져., 워머신, 블랙 위도우, 블랙팬서, 스파이더맨까지 한데 어우러져 싸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다. 이렇게나 많은 히어로가 두 패로 갈라 싸우는 만큼 당연히 CG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스칼렛 위치를 제외하면 <시빌워> 속 대부분의 히어로들은 몸과 몸이 맞부딪히는 현실적인 액션을 주로 선보인다. 과거 악당들과 싸울 때 에너지빔을 주무기로 사용하던 아이어맨 조차 <시빌워>에서는 맨주먹을 휘두르며 액션을 소화한다. 아무래도 별다른 초능력이 없는 캡틴과 맞붙어야 하는 까닭이었겠지만, 어쨌든 이 역시 아이러니다. 다수의 히어로를 등장시킨 뒤 초능력 대신 서로 치고 받는 타격 액션 위주로 연출의 방향을 잡은 건 기막힌 묘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 덕에 관객들은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빌워> 속 아이러니는 영화 종반에 이르러 더욱 빛이 난다. 흔히, 같은 편끼리 싸움이 발생하면, 이들의 화합을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시빌워>에 앞서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만 보더라도 이런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로 죽일 듯 싸우던 배트맨과 슈퍼맨은 최강 악당 둠스데이가 나타나자마자 언제 싸웠냐는 듯 힘을 합쳐 대항했다. 심지어 둘은 세상 둘도 없는 콤비처럼 기막힌 호흡을 자랑했다.

 

<시빌워>의 결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영화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공동의 적을 조금씩 구체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웬걸. 감독은 여기서 또 한 번의 아이러니를 선보인다. ‘공동의 적대신, 오히려 캡틴과 아이언맨이 다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마침내 <시발워>마침표를 찍는다.



 

 

관객들이 기대했던 극적인 화해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듯, 영화는 제목 그대로 내전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또 매듭짓는다. 이런 예상 밖의 아이러니는 앤트맨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비전까지, <시빌워> 속 각각의 캐릭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러니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과 전복이야 말로 <시빌워>가 뻔하지 않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시빌워> 속에 녹아있는 아이러니를 한번 찾아보길 권유 드린다. 아마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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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v 슈퍼맨, 그래서 그들은 왜 싸웠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권가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분할하여 상호견제하게 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유지시킨다. 특정 권력()무게추가 쏠려 균형이 무너질 때, 독재와 부패는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히어로 무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계관 중 하나는 바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그들이 악에 맞서 싸우고 정의를 수호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마음을 돌려 인류를 지배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하늘을 날고 총알을 피하며 혹은 불을 내뿜는 히어로를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없을 만큼의 막강한 절대 권력()’은 분명 잠재적인 위험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간 히어로 무비에서는 인간과의 공생을 주장하는 히어로 측과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히어로의 갈등을 조명해 왔다.)

 

 

  

 

영화 <배트맨 v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v 슈퍼맨)>은 바로 이 혹시나 모를 1%의 가능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슈퍼맨이 불 속에 뛰어 들어 아이를 구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노인과 여성을 지켜낸다고 한들, 메트로폴리스 같은 전투가 벌어주면 순식간에 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슈퍼맨을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바라보는 배트맨의 입장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슈퍼맨이 인류를 지배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슈퍼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배트맨의 생각이다.



 

이는 배트맨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나서는 슈퍼맨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밤마다 범죄자를 응징하며 돌아다니는 배트맨 역시 슈퍼맨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가면 쓰고 몰래 법 위에서 힘을 남용하는 철부지(?)에 지나지 않는다. 고담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불안에 떤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근본적으로는 슈퍼맨이 생각하는 정의와 배트맨이 생각하는 정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자 선()을 추구하는 방식의 차이다.

 

 

 

 

 

어쨌든, “모든 대결에는 이유가 있다는 그럴싸한(?) 포스터 문구처럼, 두 영웅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트맨 v 슈퍼맨>이 흥미로운 지점은 딱 여기까지다.

 

모든 대결에 이유가 있다면, 화해에도 이유가 있고, 협력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트맨과 슈퍼맨이 화해하고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은 두 영웅이 반목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이야기에 비할 때 힘이 너무도 떨어진다. 혹자는 이를 두고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확실히 화려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거 같다.

 

 

 

    

 

게다가 여전히 영웅의 길이 무엇이고, 정의가 무엇이며, ()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에서 사이다처럼 등장한 원더우먼은 순식간에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유치한 감정싸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두 영웅에 비해 훨씬 더 성숙하고 히어로다운 면모를 뽐내는 원더우먼이야 말로 이영화의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감독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인간과 신의 대결로 묘사하며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정말로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야했다면, 차라리 그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힘의 본질에 대해서 보다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저스티스 시리즈는 이제 시작됐다. 이번 편에서 언급된 메가 휴먼(또 다른 초능력자 혹은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히어로 무비의 특성상 결국 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수밖에 없다. 힘은 누굴 위해 존재하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작동원리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저스티스 시리즈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이번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로는 아직 답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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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카루스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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