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주얼리 하우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짬뽕’ 예능이 되어버린 ‘주얼리 하우스’ 1

‘짬뽕’ 예능이 되어버린 ‘주얼리 하우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이색적이었다. 지금껏 파일럿프로그램은 명절 같은 연휴 때 첫 선을 보인 뒤,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정규편성 되는 게 기본공식이었다. 그런데 17일 방영된 MBC <주얼리 하우스>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잘 방영되고 있던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이하 주병진 쇼)>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 <주병진 쇼> 폐지설이 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게다가 <주얼리 하우스>는 대부분의 평일 예능이 취하고 있는 토크쇼 장르를 선택하지 않았다. 스스로 이름붙인 ‘인스턴트 버라이어티’가 전해주는 느낌은 사실 모호했지만, 그래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토크쇼보다는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또한 <주병진 쇼>의 계속되는 시청률 부진과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성과 진행의 문제점은 자연스레 <주얼리 하우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러 기대와 관심 속에 베일을 벗은 <주얼리 하우스>의 첫 방송은 ‘기대이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할 정보석의 어색한 진행이나 많은 보조 MC들 사이에서 오는 산만함은 둘째 치고, <주얼리 하우스> 속에 보이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인스턴트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했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짬뽕예능’이 돼버린 느낌이다.

 

 

 

 

 

 

우선, 첫 번째 코너 ‘인스턴트 시어터’는 일반인들의 사연과 고민을 콩트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다. 이날 방영분에서는 슬리퍼를 너무 좋아하는 남편과 이를 고민으로 안고 살아가는 주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당사자가 무대에 올라 MC들과 고민을 나누는 장면은 영락없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의 모습이었다.

 

365일 슬리퍼를 고집해 결국 수족냉증과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는 남편. 집안의 슬리퍼를 모두 밖에 버리고, 또 외출시 남편의 양말과 구두를 휴대하고 다닌다는 아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이들의 사연을 듣고 있자니 <주얼리 하우스> 역시 <안녕하세요>처럼 예능을 위한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고민위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특히 코너 마지막 부분에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는 ‘훈훈함’과 ‘억지 감동’ 연출을 위한 제작진의 강박관념마저 느껴졌다.

 

그나마 이 코너에서 다행스러운 점 한 가지는 당사자의 고민을 MC와 시청자가 이해하는 취지로 마련된 즉석 콩트다. 이 역시 신동엽 김원희가 진행했던 콩트 버라이어티 <헤이헤이헤이>를 떠올리게 했지만, <헤이헤이헤이>와 달리 무대 위에서 직접 MC 들이 배역을 정하고 연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주얼리 하우스>만의 색깔을 찾았다. NG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가는 설정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즉흥적인 연기는 분명 다른 예능과는 차별화된 웃음을 안겨줬고, 무엇보다 신선하다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날 <주얼리 하우스>가 보여준 가능성은 딱 거기까지였다. 두 번째 코너로 마련된 ‘뱀파이어 인터뷰’는 사회세태를 꼬집는 게 목적인 듯 보였으나, 이미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진 몇몇 사진에 의존하는 등 사전준비가 많이 부족한 듯 보였다. 다양한 시사풍자코미디가 시청자의 눈을 높여 놓았다는 점에서 어설픈 비판과 풍자는 자칫 평범한 코미디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뱀파이어 인터뷰’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어린아이 수정이와 아이돌멤버 미르라는 점을 감안하여 조금 더 형식의 변화 내지 주제 선택의 신중함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얼리 하우스>의 마지막 코너는 ‘러브 신’으로 방청객의 연애고민을 MC들이 직접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코너다. 일반인의 생활 속 고민 상담에 이어 세태를 풍자하고, 심지어 연애 문제까기 담아내려 한 <주얼리 하우스>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역시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방청객이 자신의 연애고민이 담긴 낱말을 써서 흔들면 MC가 마음에 드는 ‘키워드’를 선정하는 모습에서는 ‘강심장’이 떠올랐고, MC들이 연애 문제 코치로 나서 해법을 제시해 주는 것을 보고 있자니 김어준의 ‘色다른 상담소’를 비롯하여 신문과 라디오 곳곳에서 시도된 각종 연애상담 프로그램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물론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있겠냐 마는 문제는 방청객들의 연애 고민에 대해 MC들이 내놓는 해결책이 전혀 기발하지 않고 또 톡톡 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침방송에나 어울릴법한 건조한 답변과 진부한 해결책이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성격과 맞는지도 모르겠다.

 

시청률 2.5% (시청률 조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수치다. 요즘 자꾸 MBC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시면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아래 손가락 버튼을눌러주시면 됩니다... 제 글을 구독하시면 새 글을 편안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