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중년남성이 많이찾는 ‘키높이 구두’가게 가보니….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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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키작남(키 작은 남자)’의 필수 아이템은 뭐니뭐니 해도 키높이 구두입니다. 굽이 높은 신발에 깔창까지 더하면 기본 5~10cm인데요. 단지 신발 하나 바꿨을 뿐인데 숨쉬는 공기마저 달라지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고, 왠지 모를 자신감까지 샘솟습니다. 키 높이 구두는 인른바 ‘호빗족’에게 생명연장, 아니 키 연장의 샘물과도 같은 존재인데요.


 

전라북도 전주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10년 전부터 ‘키높이 구두’를 팔기 시작했던 구둣가게가 있습니다. ‘5~7cm 키 커지는 구두’라는 투박한 간판을 내건 아주 조그만한 신발집인데요. 건물 외관에서 느낌을 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가게로 보여졌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키높이 구두’를 팔고 있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안고 가게 문을 노크해보았습니다.

 





“벌써 12년이 넘었네요. 그땐 이런 구두를 파는 곳이 거의 없었죠. 그러니 장사도 꽤 됐고요... 하루에 열댓 켤레는 기본으로 팔아 하루 수익도 30만원이 넘었죠..그런데 지금은..영….”

 


이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중년 부부, 아주머니 아저씨께서는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장사를 해오셨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원래 아저씨께서 양복점을 약 20여년 운영해 왔는데, 기성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게 경영이 어려워졌고, 90년대 후반 새로운 아이템으로 ‘키 높이 구두’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하는데요. ‘키 높이 구두’가 희소하던 터라 가게 운영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구두를 팔아 아들 딸 대학까지 다 보낼 정도로 괜찮았던 시절이었는데요. 4~5년 전부터 어려움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경기불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형마트와 인터넷매장에서 같은 제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하네요.

 


“불황도 불황이지만, 마트에서 키높이 구두를 팔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뜸해지더라고요. 인터넷 사이트나 쇼핑몰에서도 저가정책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제품의 질은 둘째치고, 우선 가격 경쟁에서 밀리니....”

 


주로, 서울에서 택배로 물건을 공급받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가게를 찾는 주요 손님은 바로 40~50대 중년남성이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젊은 층은 인터넷을 통해 구매를 하고 키높이 구두 자체를 구입하기 보다는 깔창을 구입하기 때문이라는 게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의 생각이셨습니다.

 


그래도 중년 아저씨들이 키 높이 구두를 많이 사간다는 사실은 약간(?)의 충격이었는데요. 문득, 키 커보이고 싶은 남자의 욕망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키가 작으신 분들이 많이 사러 오세요. 아무래도 키가 작으면 위축되는 뭐 그런게 있으니까요... 자신감? 그런걸 키우기 위해서 구매하시는 것 같아요..”

 


아주머니, 아저씨 설명에 따르면 손님들은 주로 단골 고객들이시고, 한두번 들렸다 가는 뜨내기 손님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늘어나는 손님은 없고, 갈수록 가게를 찾는 단골은 줄어드는 만큼, 아주머니 아저씨의 걱정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10년 전 아저씨께서 뇌출혈로 한 번 쓰러지신 뒤에는 거의 아주머니 혼자서 가게를 꾸려와 더욱 걱정이 많으신 모습이었습니다.

 


“전망이 없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업종을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한 아이템이 없네요...하하, 지금 이것저것 구상중이에요..”

 


사실, 안그래도 어려운 재래시장 내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큰 모험입니다. 그래도 10년전, 선구자적 시각으로 ‘키높이 구두’를 판매했었던 아주머니, 아저씨이기에 또 다른 희망을 찾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저씨, 아주머니의 희망과 미래도 키높이 구두처럼 우뚝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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