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피해 복구 봉사자들에게 호객행위 하는 한심한 건달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
지난 목요일 호우피해 복구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비록 큰 도움은 못될지언정, 그래도 마음을 나누며, 상심에 젖어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전파하고자 자원을 했는데요. 회사에서 총 40명이 버스 한대를 빌려 동두천시로 떠났습니다.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동두천시는 신문과 방송에서 보던 참혹한 현장 모습 그대로였는데요. 이미 길과 천이 하나가 되어 엉망이 되었으며, 냉장고며 텔레비전이며 기타 생활 집기를 마당으로 내 놓은 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곳은 마을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버섯재배 농가였는데요. 버스가 올라갈 수 없어 마을 주민들의 차량을 이용해 소규모로 나누어 올라갔습니다.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농가여서 그런지 산사태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버섯을 재배하는 조립식 건물 안에는 이미 진흙이 가득했으며, 곳곳에 전기가 끊겨 자세히 안을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심지어 목요일에도 계속해서 비가 내려 저희는 우비를 입고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진흙과 물이 점령한 버섯재배 공장에서 각종 기구들과 버섯재배 시설들을 꺼내고 그 안에 있는 진흙을 전부 빼내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었는데요. 오전, 오후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일을 했지만, 다 끝낼 수 없었습니다.
땅은 이미 물에 젖어 진흙탕이 되었고, 산사태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호우피해를 두고 “천재다” “인재다” 말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장마피해에 대해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늘 그렇듯,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국민들이 나서서 아픔을 위로하고 또 그 피해를 같이 복구하기 땀 흘린다는 사실인데요.
정책을 집행하고,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앉아 있는 분들이 이런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천재다”, “인재다” 하는 논쟁은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신발과 양말, 그리고 온 몸이 흠뻑 젖은 저희 일행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근처 사우나에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찜질방과 목욕탕을 같이 운영하는 대규모 사우나에 도착하니, 이미 두 대의 버스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동두천시로 호우피해 복구 봉사활동을 나온 또 다른 봉사단 일행이더군요. 그분들은 저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씻고 나가는 중이어서, 다행이 번잡함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약간의 뿌듯함을 가지고 기분좋게 샤워를 하면서 온몸의 흙과 땀을 씻어 낸 뒤, 샤워실을 나섰을 때였습니다.
수건으로 몸을 말리고 있는데, 보기에도 험악한 한 아저씨가 저희 일행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짧은 머리와 구릿빛 피부, 금귀고리, 양 팔을 뒤덮은 문신. 그리고 껄렁한 말투까지. 누가봐도 ‘나 건달이요’라는 인상을 풍기는 아저씨가 직장 상사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상사 분은 ‘절대동안’을 자랑할 만큼 매우 어리게 보이시는 분인데, 건달 아저씨는 그 상사분을 학생으로 오해했나 봅니다.
“어디서 왔데요?”
“서울에서 왔어요.”
“아...뭔일로? 왜이렇게 단체가 다니는감요?”
“여기 호우피해 복구를 위해서 봉사활동 왔어요”
“그렇고만요. 어디.. 학생들인가?”
“아뇨.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회사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 건달 아저씨 갑자기 얼굴에 화색을 띕니다.
“아...회사에서?”
“네.”
“그럼 이제 끝나고 돌아가는 길인가요?”
“네.”
“제가 아주 물 좋은데 알고 있는데...놀다 가실래요? 잘 해 드릴게요.”
몇 발자국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전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그 건달처럼 보이는 아저씨도 동두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기 지역을 위해 봉사를 나온 사람들에게 무슨 호객행위란 말입니까...
보아하니 힘도 좋아 보이던데, 주민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니, 심지어 화가 치밀더군요. 다행이 그 건달 아저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직장동료들은 그냥 '하하' 웃으며 그 난처한 상황을 넘겼습니다.
별 반응이 없자 그 건달 아저씨는 다시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호객 대상을 물색하는 것 같더군요..
노래방 아니면 단란주점 정도 운영하거나 아니면 술집관련 종사자라고 추측을 했는데요. 어떻게 자기 지역을 위해 봉사하러 온 사람들에게 물 좋은 곳을 소개해 준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화를 내거나 따지지는 못했지만, 그런 사람들 때문에 그 지역 이미지가 나빠져 봉사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기분 좋게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심한 건달 때문에 괜스레 찝찝함이 남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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