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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를 ‘세바퀴’로 바꾼 보기 민망했던 장면! 리지 개인기가 불편했던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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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PD가 <무한도전>으로 가고, <세바퀴> PD가 <라스>에 투입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팬들의 우려는 단 하나였다. 부디, <라스>를 <세바퀴>로 만들지 말아 말라고. 이는 각종 토크쇼가 범람하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마이너 감성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라스>가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라는 팬들의 충정어린 바람이었다. 하지만 제작진 교체 후 첫 선을 보인 19일 방송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워밍업을 마친 김구라는 확실히 몸이 풀린 듯 한 모습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그 옆에서 특유의 주워먹기 개그로 분위기를 띄우는 윤종신은 먹을거리가 많아진 만큼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쳤다. 김구라 복귀 후 포지션이 조금 애매해지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 규현은 독설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산만한 분위기를 정리하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김국진까지, 4MC의 조합은 1년 2개월이라는 김구라의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문제는 이들 4MC와 게스트를 활용한 제작진의 연출능력이었다. 팬들이 그렇게 <라스>를 <세바퀴>로 바꾸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건만, 이날 <라스>는 곳곳에서 <세바퀴>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리지의 ‘바스트 포인트(젖꼭지)’ 찌르기 개인기였다.

 

 

 

 

이날 김구라는 “요즘 아이돌 대세는 수지”라며 “수지보다 리지가 잘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리지는 “바스트 포인트 한 번에 찌르기다”며 “한 번에 상대방의 젖꼭지를 찌를 수 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호기심이 발동한 MC들은 “남자들도 찍을 수 있냐?”라고 물었고, 리지는 즉석에서 김진수와 김구라에게 젖꼭지 찌르기 시범을 보였다.

 

리지의 손가락이 김진수의 가슴에 닿는 순간 김진수는 깜짝 놀라는 리액션을 취했고, 김구라 역시 리지의 손가락이 한번에 자신의 젖꼭지를 찔렀다며, 그녀의 개인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젖꼭지를 찌르는 당사자가 남자고, 당하는 사람이 여자였으면 크게 불거졌을 문제가, 단지 여자가 찌르고 남자가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웃음의 소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삼촌뻘 되는 남자 게스트와 MC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민망함을 자아낼 만큼 ‘무리수’에 가까웠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런 식의 연출은 이미 <세바퀴>를 통해 수도 없이 선보여졌다는데 있다.

 

 

 

 

가령 젊은 남자 아이돌이 출연하면 아줌마들이 복근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허벅지를 만지며 튼실하다고 환호하는 장면이나, 여자 연예인이 섹시댄스를 추면 아저씨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표정을 클로즈업 하는 식이다. 이는 물론 게스트에 대한 호감의 표현이거나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과도의 설정일 테지만, 때로는 성희롱과 성추행 논란을 야기시킬 만큼 경솔한 행동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세바퀴>는 지난 4월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장면 등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이날 리지의 개인기는 수위 면에서나 분위기 면에서나 심각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출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날 강요의 느낌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런 식의 간접 성추행을 당하는 게스트나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나 모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바퀴> 때 관성화된 연출이 <라스>에서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라스> 제작진은 시청자와의 전화 연결을 시도하여 시청자가 MC와 게스트에게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새로운 코너를 마련했는데, 오히려 진행의 맥을 끊어 놓는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이 역시 <세바퀴>에서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전화연결’ 코너의 변형이었다. (이 시청자 참여 코너는 앞으로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라스>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코너가 될 수 있는 만큼 제작진의 세심한 연출이 필요해 보인다.)

 

예능을 다큐로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위해 모든 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위와 균형을 지켜나가면서도 얼마든지 재미와 웃음을 담보하는 것, 그게 바로 공중파의 미덕이며, 제작진의 능력이다. <라스>는 <세바퀴>가 아님을 제작진이 명심하기 바란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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