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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모품으로 전락한 ‘연기돌’은 행정인턴?

소모품으로 전락한 ‘연기돌’은 행정인턴?

대중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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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의 큰 어른’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배우, 이순재. 그는 평소 아이돌의 ‘발연기’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애정 어린 비판을 소신껏 해왔는데요. 13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순재는 또 다시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아이돌을 향한 조언과 함께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는데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작 이순재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대상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기를 쫓아 연기를 시작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그런 아이돌을 이용해서 드라마 홍보를 하고 제작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제작자들이더군요.

 


이어 필자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연기돌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드라마 제작자와 청년실업을 해결방안으로 행정인턴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정부의 사고방식이 어쩜 그리도 똑같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지: 스포츠 서울>




이날 이순재 선생님은 아이돌 연기에 대해 "연기를 쉽게 생각하고 한 번의 출연으로 인기를 얻으면 그걸로 자신의 연기는 괜찮다, 됐다고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는데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연기지만 연기도 모든 학문처럼 기본이 필요하다"며 "작품 분석, 말투, 행동 등 연기를 위한 발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순재 선생님의 발언은 아이돌로 데뷔해서 인기가 올라가면 곧바로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정말 아닌데...이건 아닌데..표현할 방법이 없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혀지는데요.

 


정작 중요한 발언은 뒤에 이어졌습니다.

 


바로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일침이었는데요. 이순재 선생님은 “아이돌이 출연해 잘 안되면 쓸어버리곤 한다. 새로운 아이돌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니 연기가 소모품이 됐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 가운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윤계상, 에릭, 박유천 등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수많은 ‘연기돌’이 한 두 번의 작품 출연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결국 드라마가 아닌 무대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인기 아이돌이라는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인데요. 제가 ‘악순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아이돌을 마치 ‘소모품’으로 쓰는 행위가 결국 한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발전할 수 있는 몇몇 ‘연기돌’의 가능성마저 짓밟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기돌’ 가운데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시스템 자체는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순재 선생님은 또한 “아이돌들이 연기 도전을 할 때 준비기간을 갖지 못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 풍토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촬영이 임박해 대본을 주고 시켜버리니 준비가 불가능하다”며 드라마 사전제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는데요. 열심히 준비해서 ‘발연기’의 오명을 벗고 싶어하는 아이돌에게 ‘쪽대본’을 주며 연습할 시간조차 허락지 않는 것은 크나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각종 기업에서 근무하는 ‘행정인턴’은 임금을 비롯하여 각종 열악한 근무조건 등을 감내하며 직장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정작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또 다른 행정인턴을 뽑아 업무 공백을 매우는 식이지요.

 


이들의 경우에는 연기가 안된다고 다시 무대로 돌아가면 된다는 식의 어떤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투자와 훈련,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쓰고 버리는’ 행정인턴,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는 사실상 해결되기 어려운데요.

 


아이돌 연기자에 대한 따끔한 비판 끝에 애정어린 조언을 해주신 이순재 선생님의 말속에서 그 해답을 한번 찾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순재 선생님은 “안타까운 것은 아이돌 가수들은 너무 소재가 좋다. 외모도 멋지고 기가 막히다”며 “이런 아이돌들은 잘 훈련시키면 롱런할 수 있고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요.

 


‘외모’와 ‘인기’라는 기본 발판이 있는 ‘연기돌’을 잘 활용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훈련시킨다면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의 다양성을 넓히고 시청자와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커피와 복사 심부름을 넘어 행정인턴에게 전문적인 업무와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비정규직들이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연기돌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함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이순재 선생님 같은 ‘큰 어른’이 기업과 정부에는 없기에 당분간 행정인턴과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소모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현실이 슬픈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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