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힐링캠프'에 해당되는 글 9건

  1. <힐링캠프>, <스타킹>은 왜 뻔한 ‘쿡방’이 되어버렸나

<힐링캠프>, <스타킹>은 왜 뻔한 ‘쿡방’이 되어버렸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힐링캠프>, <스타킹>은 왜 뻔한 ‘쿡방’이 되어버렸나

 

대한민국이 ‘쿡방’ 빠졌다. TV만 켜만 삼삼오오 모여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다. 배우도, 가수도, 모델도, 그리고 개그맨도. 잘생기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건 따로 있다. 바로 요리를 잘해야 프로그램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맛있게 먹으면 더욱 좋다. 심지어 전문 요리사까지 방송에 출연하여 스스로 예능 캐릭터가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쿡방’ 열풍이다.




 

시청자의 기호에 맞춰 방송이 제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감동을 받는다면 당연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게 되고, 육아 예능이 바람을 타면 아이들을 방송 전면에 내세우는 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사와 방송사의 생리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끌면, 요리 잘하는 배우를 섭외하거나 전문 요리사를 모셔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어야 시청률이 보장된다. 인기에 편승하는 것은 쉬운 길이다. 굳이 돌아서 멀리 갈 필요도 없거니와 고생을 자처할 이유 또한 없다.

 

문제는 너나 할 것이 ‘쿡방’만을 향해 내달린다는 점이다. 새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명확한 기존 프로그램마저 이 ‘쿡방’에 동참하는건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스스로의 색깔을 포기하면서까지 ‘쿡방’이라는 대세에 편승하려는 모습은 정말인지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정말로 시청자가 원하는 바일까.




 

지난 주말 방영된 SBS <스타킹>은 중화요리의 고수를 스튜디오에 모신 뒤 25인분 짜장면 만들기 경연을 펼쳤다. 전문 요리사가 스튜디오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고, 이를 연예인이 중계하는 모습은 마치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떠올리게 했다. 일반인 출연자가 나와 자신의 장기를 뽐내며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던 프로그램이 졸지에 ‘뻔한 쿡방’으로 전락한 것이다. 물론, 다른 ‘쿡방’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스타킹>은 백종원이라는 ‘쿡방의 1인자’까지 섭외하며 ‘그림 만들기’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스타킹>이 아닌 ‘요리킹’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난 1일 방영된 <힐링캠프>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힐링캠프>는 MC와 게스트가 팀을 이뤄 각각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미식캠프’ 특집으로 꾸며졌다. 직접 요리를 하는 콘셉트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유행을 타고 있는 ‘먹방’과 ‘쿡방’을 절묘하게 버무린 특집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간 <힐링캠프> 출연자가 MC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쿡방’으로의 변신(?)을 꾀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 놓고 ‘먹방’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은 정체된 시청률을 높여보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 혹은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덕(?)에 그간 <힐링캠프>가 쌓아온 ‘힐링의 가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힐링캠프>가 ‘미식캠프’를 마련한 것이야 말로 작금의 방송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번 유행을 타면 너나 할 것 없이 거기에 매몰되는 ‘쏠림 현상’. 이는 방송을 넘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몰개성의 시대. 방송마저 ‘쿡방’이라는 하나의 트렌드에 갇혀 새로운 도전은 시도하지 않고, 안전한 기획만을 추구하는 현실은 어딘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혹자는 이 바쁘고 살기 힘든 세상 속에서 ‘쿡방’이 치유의 가치를 전달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쿡방’을 통해서만 힐링을 느끼는 사회를 건강하고 유쾌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쿡방’은 분명 예능의 가치가 뛰어난 콘텐츠다. 재미도 있고, 공감하기도 쉽다. 하지만 ‘쿡방’의 열풍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안에는 ‘먹는 것’ 말고는 위로받을 게 없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요리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며, ‘쿡방’은 늘 방송 콘텐츠로 우리 곁에 자리해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에 와서 ‘쿡방’에 열광하는 것일까. 먹고 살기 힘든 세상, 타인의 ‘먹방’과 ‘쿡방’을 통해 진정한 위로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밥상의 양극화’라는 현실에서 찾아낸 또 다른 도피처는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및 언론사 있습니다.

글의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지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