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구라하-강지영 눈물, 진짜 문제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솔직해지자. 방송은 비즈니스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과 출연하는 연예인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챙기거나 혹은 손해를 보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철저한 자본주의 작동 원리가 작용하는 곳이 바로 방송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기브앤 테이크’ 정신이야 말로 방송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절대적 명제다. 그리고 이 ‘기브앤 테이크’가 적당한 균형을 이룰 때야 비로소 방송은 빛이 난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해서 이 ‘기브앤 테이크’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프로그램은 자칫 ‘홍보방송’으로 전락하게 되고, 스타는 출연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구하라와 강지영의 눈물로 프로그램 전반의 분위기가 다운되고, 마치 갈 길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헤매던 4일 방영 MBC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가 바로 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날 <라스>는 최근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박진영과 카라가 게스트로 초대됐다. 출연의 목적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신곡 홍보와 더울러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제작진은 이날 박진영과 카라에게 직접 무대에서 신곡을 부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또 신곡까지 제대로 홍보할 수 있었으니 박진영과 카라에게는 분명 남는 장사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라스>라는 프로그램에도 이날 방송이 남는 장사였다고 볼 수 있을까? 글쎄, 쉽게 대답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구하라에게 ‘연애돌’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주며, 그녀를 둘러싼 열애설을 본격 해부할 것이라고 큰 소리친 MC들은 구하라가 흘린 눈물 앞에서 당황하기 바빴고, 이어 애교를 보여 달란 부탁에 강지영이 “애교가 없다”며 울음을 훔치자 <라스>의 전매특허와도 같던 독설과 디스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지난 방송에서 f(x) 크리스탈과 설리의 정색태도 논란처럼, 프로답지 못하게 방송에 임한 카라의 방송자세에 대한 지적뿐이다. 힙합계의 디스 전쟁까지 끌어오며 오랜만에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MC들의 적극적인 진행은 끝내 구하라와 강지영의 눈물을 넘어서지 못했고, 방송 후 카라는 차라리 출연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무대로 엔딩을 장식하면서 홍보라는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 그녀들이 <라스>를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급작스런 눈물로 분위기만 망치고, 시청자에겐 짜증만 유발했다는 점에서 <라스>라는 프로그램에게 카라는 득보다 실이 더 컸다고 보는 게 옳다. 방송의 기본이어야 할 ‘기브앤 테이크’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사실, 구하라와 강지영의 눈물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스타들의 경우에도 <라스>에서 눈물을 보인 바가 있다. 오히려 그녀들의 뜬금없는 눈물 덕분에 제작진과 MC들은 ‘라스 크라잉 스타’를 정리하는 등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문제는 울고 난 뒤의 태도다. 눈물을 통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넘기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구하라는 자신의 눈물이 규현의 독설 때문이라며 항변하기 바빴고, 강지영의 경우는 “앞으로 절대 어디에서도 애교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며 정색했다. 강지영 역시 구하라와 마찬가지로 애교를 보여 달란 MC들의 잘못이지, 애교를 보여 달란 부탁에 눈물을 흘린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차라리 구하라가 열애설 질문에 눈물을 흘렸을 때, 한승연이나 강지영이 나서 ‘셀프디스’를 해주거나, 강지영이 “애교가 없다”며 울음을 터트렸을 때 구하라와 한승연이 나서 애교를 보여줬다면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카라의 모습과 대처는 분명 데뷔 7년차의 그룹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고 스타의 교만이었는지, 아니면 신곡 홍보만 제대로 하고 가면 된다는 식의 이기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녀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권세도 십년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물며 스타의 인기는 오죽할까. 십년은커녕 일 년, 아니 한달 만에도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연예계다. 스타의 모습에서 더 이상 노력하는 모습과 겸손을 찾아 볼 수 없을 때,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금방 식는다. 방송뿐만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 역시 ‘기브앤 테이크’라는 사실을 카라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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