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감 떨어진 제작진, 운동선수 몸은 동네북?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확실히 ‘토크쇼’라는 장르 자체가 위기이긴 위기인 모양이다. 1인 토크쇼의 대표주자 격이었던 MBC <무릎팍 도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견디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데 이어, SBS <힐링캠프> 역시 화제성 면에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방송 카드를 꺼내들며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SBS <화신>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자처했으며, 심지어 모든 토크쇼가 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았던 <라디오스타> 마저 최근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몇몇 이해할 수 없는 기획의도와 게스트 조합, 그리고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출연자들의 발언과 태도에서 엿볼 수 있듯 최근의 <라스>는 ‘뭘 해도 되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라스>에 대한 논란과 비판적인 시각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 6월 제작 교체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우선은 제작진의 마인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8일 방영된 ‘순정마초’ 특집만 봐도 그렇다. 이날 방송은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 김동현, 배명호 선수와 함께 격투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신소율이 함께 해 기대감을 높였다. 나름 신선한 조합이었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격투기 선수들의 이면과 거친 경기 뒷 이야기를 ‘라스’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경우 꽤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매운 맛을 느껴 본 적 없다던 추성훈 선수가 청양 고추를 먹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콜라를 먹고 트림을 내뱉은 것과 같은 소소한 개인기를 제외하고 나면 왜 굳이 격투기 선수를 불러 모아 ‘순정마초’ 특집을 마련했을까 하는 의구심만 남는다. 거친 외모와 달리 허당기 가득한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매려적이었지만, 이를 풀어내는 제작진의 구성능력은 너무도 구태의연했다.
가령, 방송초반 선수들의 상의를 탈의시켜 가슴근육과 복근을 노출시킨 것은 너무도 예상 가능한 식상한 진행이었다. 게다가 MC인 김구라가 김동현 선수의 가슴을 움켜쥐거나 상의 탈의한 몸을 쓰다듬으며 근육을 칭찬하는 장면 등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었다.
게다가 격투기 마니아라는 이유로 섭외한 신소율에게 세 명의 격투기 선수의 몸을 평가하고 심지어 상의 탈의한 몸을 만져보도록 권유한 장면은 저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잘 단련된 운동선수의 몸은 분명 보기 좋고 예능 소재로 삼기 훌륭한 아이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각진 근육이 동네북은 아니지 않은가? 남자 MC가 와서 마음대로 쓰다듬고 움켜쥐며, 심지어 여자 게스트에게 만져보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라스> 제작진은 여전히 <세바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던 관습을 버리지 못한 모양인데, <라스>라는 프로그램에 왔다면 이제는 <라스>만의 방식을 조금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남자 아이돌의 복근을 공개 한 뒤 아줌마 게스트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거나, 여자 아이돌의 섹시 댄스에 넋을 잃은 아저씨 게스트들의 반응을 담아내는 방식은 결코 ‘라스’ 시청자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뛰어난 몸매의 여자게스트가 출연하더라도 남자 MC나 남자 게스트가 그 여자 게스트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여자 게스트가 남자 게스트의 맨 살에 손을 대는 것은 웃음으로 넘어가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왜 제작진이 앞장서 부추기고 연출한단 말인가.
<라스> 제작진은 지난 4월 <세바퀴>에서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장면 등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세바퀴> 때 관성화 된 연출을 <라스>에서 계속 재현하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토크쇼’의 위기 속에서 <라스>는 생각보다 더 일찍 좌초될 것이다. 부디, 제작진의 각성을 기대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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